고랭지배추 출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지채소 생산안정제 수급안정기금 중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도 이월·적립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산지농협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생산안정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고랭지배추 주산지 농협 조합장들은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 미사용 예산은 다음해로 이월해 적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산안정제에서 수급안정을 위한 기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30%씩, 농협과 농가가 20%씩 분담해 공동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은 노지채소 가격이 급락했을 때 참여농가에게 도매시장 평년가격의 80% 수준으로 가격을 보장해주는 데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 높아 기금이 사용되지 않으면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금을 회수하지만 농가와 농협이 마련한 돈은 다음해로 이월된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하는 돈은 기금 출연이 아닌 사업비로 책정된 것이라 이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미사용 금액도 이월해 적립할 수 있도록 운용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박광현 강원 강릉농협 조합장은 “사업물량이 점차 확대되면 정부와 지자체도 매년 예산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조성한 금액도 이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업 강원 태백농협 조합장은 “수급안정기금 조성방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산지 조직화를 저해할 수 있다”면서 “농가와 농협이 마련한 돈은 다음해로 이월되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분담액만 환수한다면 농가에서도 잔액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농가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기금의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영환 강원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은 “천재지변이나 기상재해로 피해를 본 농가에게도 기금을 사용해 경영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은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되기 때문에 현재는 기금을 적립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안정제의 기금 마련을 위한 법률 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함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