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고추·양파·마늘로 대표되는 양념채소의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양념채소는 연중 소비품목이며, 저장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일손이 많이 간다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정부가 수급조절용으로 가장 자주 들여오는 품목들이기도 하다. 수입량 증가 속에 국내 가격등락에 따라 재배면적이 매년 큰 편차를 보이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재배면적은 줄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흔들리는 생산기반=건고추 재배면적은 2001년 7만736㏊에서 2010년 4만4584㏊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왔으며, 지난해는 3만6120㏊까지 급감했다. 건고추 재배면적 감소는 고령화와 최근 지속된 가격하락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추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비는 2001년 58%에서 2014년 68%로 비중이 10%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생산비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소득은 2000년대 수준에서 정체돼 농가들의 재배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건고추 산지가격은 2012년 600g당 1만1566원에서 지난해 말 4927원까지 떨어졌다. 마늘 재배면적은 1990년대 4만㏊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0년대 3만2000㏊, 지난해는 2만638㏊까지 점차 감소했다.
소득이 올라도 생산비 상승률이 워낙 가팔라 농사를 지어봐야 손해라는 인식이 마늘 재배농가들 사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마늘 생산비 가운데 노동비와 종묘비는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비는 2012년 이후 50%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이후 2014년까지 마늘 소득은 연간 4%씩 상승했으나, 2010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는 종묘비와 노동비 수준이 높아 생산비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
양파 재배면적은 2010년까지 2만㏊ 미만이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2만㏊를 웃돌았으며, 2014년 역대 최대인 2만3911㏊를 찍은 뒤 지난해 1만8015㏊로 다시 줄어들었다.
◆국내시장 위협하는 외국산 양념채소=양념채소의 국내 생산기반 위축은 수입량 증가와 무관치 않다. 특히 물가안정을 빌미로 습관적으로 운용되는 정부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이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고추류는 관세가 높은 건고추나 고춧가루(270%)에 비해 관세율이 낮은 냉동고추(27%), 기타소스(45%)를 중심으로 증가 추세이다. 고추류 총 수입량은 2011년 11만9257t에 달했으나 국내 생산량이 10만t으로 회복된 2012년과 2013년에 약 9만6000t이 수입돼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2014년엔 다시 10만5000t을 상회했다. 이는 국내 고추 총 공급량의 약 55%를 차지한다.
외국산 마늘의 국내 유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연 평균 6만4805t이 반입되고 있으며, 국내 생산과 수입량 증감에 따라 자급률도 75%(2010년)에서 94%(2013년)까지 큰 폭의 편차를 보이며 불안한 생산기반을 이어가고 있다.
양파 수입량은 건고추나 마늘에 비해 많지 않지만 국내 가격이 높았던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8만4062t과 6만93t이 수입돼 상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지난해는 TRQ 도입량이 크게 확대돼 역대 최대치인 16만4604t이 반입됐다.
이에 대해 유통학계 관계자는 “양념채소는 대부분 밭농사로 노동력 투입이 많고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며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구조를 갖지 못하는 양념채소류에 대해 정부가 물가안정을 빌미로 TRQ를 습관적으로 운용한다면 국내 생산기반 붕괴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기·이현진 기자 hg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