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박현정
농산물 생산 강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국내 농산물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의 종류가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이 때문에 새로운 품목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는데, 이는 각 농산물의 검색량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데이터랩 서비스(datalab.naver.com)’를 통해 특정 주제어의 검색량 추이 자료를 제공한다. 설정기간 내 최대 3가지 주제어 간 검색량 차이도 비교할 수 있다. 검색량은 소비자들이 주제어를 검색한 빈도를 말하며, 1~100까지 숫자로 표시된다.
●‘슈퍼푸드’ 열풍 지나가자 외국산 콩 관심 ‘뚝’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일명 ‘슈퍼푸드’라 불리는 곡물이 큰 인기를 끌었다. 퀴노아·렌즈콩(렌틸콩) 등 외국산 콩들이 대표적이다.
렌즈콩의 경우 한 여자 연예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급했던 2014년 5월 말부터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검색량이 거의 없어 밑바닥에 있던 그래프는 6월엔 최대치(100)에 도달했다.
반면 약콩·서리태 등 국내산 잡곡은 누리꾼들의 관심 밖에 머물렀다.
하지만 수입 잡곡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금방 사그라들어 2014년 10월엔 서리태가 렌즈콩 검색량을 앞질렀다. 서리를 맞아가며 자란다 해서 붙여진 명칭에 걸맞게 ‘서리태’의 검색량은 10월부터 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7월 수입 잡곡이 국산 토종 잡곡에 비해 오히려 영양성분 함량 등이 떨어진다는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발표되자 수입 잡곡의 인기는 더욱 주춤하기 시작했다. 2014년 연말과 2015년 3월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서리태는 검색량에서 렌즈콩을 넘어서며 국내산 잡곡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입 과일 시장, ‘망고’ 신흥 강자로 등극
그동안 대표적인 수입 과일이었던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인기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바나나의 경우 2014년 4월 100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다 7월 현재 10에 머무르고 있다.
최댓값을 기록했던 때가 미국에서 ‘바나나마름병’으로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졌던 시기와 맞물린 사실로 미뤄볼 때 이 뉴스가 검색량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통 수입 과일의 인기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대표적인 과일이 바로 ‘망고’다.
망고는 생과일음료 전문점과 빙수전문점에서 인기를 끌더니 젤리·소주 등 가공품에서도 주재료로 쓰이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4년 이전 검색 그래프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망고는 이후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같은 해 6월 바나나(11)와 파인애플(4)의 검색량을 앞질러 17을 기록했다. 이후 매년 여름철만 다가오면 망고 검색량은 급상승하며 그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여름철 과일 시장, 체리 뜨고 수박·참외 주춤
FTA 체결 이후 미국산과 칠레산 체리는 무관세를 무기로 여름철 국내 과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체리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검색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국산 여름과일의 검색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첫 여름인 7월, 체리 검색량은 61에 불과했다. 반면 수박은 최댓값인 100을 기록하며 국산 여름과일의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은 뒤집혔다.
2013년 5월부터 체리 검색량(30)이 수박(29)을 앞지르기 시작하더니 수입량이 급증한 6월엔 100을 기록했다. 이때 수박은 56에 머물렀다.
검색량에서 참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참외는 체리가 본격 등장하기 전 수박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검색량 1위를 다퉜지만 2014년부터 그래프 곡선이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2015·2016년 여름엔 체리와 수박에 검색어 1·2위 자리를 내줬다.
올 6월 기준 세 과일 중 체리(51)의 검색량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수박(31)·참외(20) 순이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