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대추는 이른 추석에다 폭염피해까지 겹쳐 예년에 비해 유통량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밤값은 소폭 오르고, 대추는 재고량 부담으로 예년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고가로 팔리는 인삼과 버섯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소비가 위축돼 판매량이 줄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밤=주산지 농협을 중심으로 수매가 시작됐다. 수확 초기이기는 하지만 가뭄피해로 작황이 좋지 않아 추석 전후 햇밤 출하량은 다소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일섭 충남 공주 정안농협 대리는 “가뭄피해가 크고 인건비가 많이 올라 올해 수매가를 지난해보다 특품의 경우 1kg당 700원 올렸다”며 “이마저도 품질 저하와 인건비 부담으로 아예 수확을 포기하려는 농가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산지 작황이 저조해 햇밤 소비지 판매가격은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성훈 농협 청과사업국 바이어는 “충청권 대부분 밤 주산지에서 수매를 시작했지만 강우량이 너무 적어 과가 제대로 크지를 못해 특품 비율이 예년에 비해 떨어질 것 같다”며 “상품 위주로 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월 초 상품기준 밤 1㎏당 소비자가격은 7580원으로 전년과 평년보다 9% 높게 형성됐다”며 “9월 초 가격은 재고량 부족에다 추석 성수기가 겹쳐 값이 다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추=대추 역시 가뭄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주산지마다 오랜 가뭄으로 낙과가 많고 알이 제대로 크지 않았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추 주산지인 경북 경산과 충북 보은지역 농협 등에 따르면 현재 제수용으로 수매중인 햇대추는 크기가 굵지 않고, 단맛 또한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김대중 경북 경산 압량농협 대리는 “수매 중인 생대추를 보면 품위가 지난해만 못하다”며 “햇대추 공급량은 줄겠지만 재고량이 넉넉해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값은 전년 수준과 비슷할 전망이다. 김정호 농협 청과사업국 바이어는 “지난해의 경우 첫 대추 출하가 9월5일이었던 데 비춰보면 올해 출하기가 앞당겨져 당도가 전년만 못하다”며 “하지만 공급량은 충분해 값은 지난해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경연은 “제수용으로 소비되는 햇대추 생산량은 시기상 많지 않아 다소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소비부진으로 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삼=올해 수확하는 인삼은 여름 가뭄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비의 60% 이상이 저장삼을 가공한 홍삼으로 이뤄지고 있어 선물용 햇수삼(가공하지 않은 인삼) 공급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명수 한국인삼협회 사무총장은 “올해는 여름가뭄으로 수분이 부족해 생육이 더디다”면서도 “수삼은 선물용 수요가 많지 않아 추석 선물세트 공급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1.5㎏들이 한상자에 10만~20만원에 판매되는 수삼 선물세트의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명절 선물인 홍삼 선물세트도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민 농협홍삼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1주일(8월25~31일) 농협홍삼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10% 줄었다”며 “대기업 등 법인의 단체 주문량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렴한 선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10만~20만원 인 홍삼 농축액의 판매가 부진하고 인삼 함유량이 적은 5만원 이하의 혼합 제품이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원료삼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표고버섯=추석 선물용 건표고버섯은 수확기인 봄철에 작황이 좋아 공급이 원활할 전망이다. 공급량 증가로 인해 시세는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산림조합중앙회의 임산물 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월 건표고버섯 ‘동고’의 상품 1㎏당 평균 도매가격은 5만923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2680원)에 비해 3400원 정도 낮다.
노병구 산림조합중앙회 팀장은 “노지 원목에서 재배한 표고가 향이 좋아 선물용으로 주로 사용되는데 날씨에 따라 생산량의 차이가 크다”며 “지난해 가을에는 비가 많이 와 수확기의 버섯이 썩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올봄에는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들은 포장단위와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소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경일 전남 정남진장흥농협 조합장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은 ‘백화고’ 세트는 500g에 10만~20만원의 고가라 ‘흑화고’ ‘동고’ 등을 혼합한 5만원 이하의 제품 출시를 늘렸다”며 “포장단위도 1㎏·500g 위주에서 300g·340g 등 소용량을 추가해 가격부담을 낮췄다”고 밝혔다.
성홍기·장재혁 기자 hg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