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의 원산지 둔갑 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단속·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은 수입 참깨를 국산 참깨와 섞어 판 혐의로 유통업체 대표 지모씨(4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씨는 2014년 10월~2016년 7월 중국·인도산 참깨 58.1t과 국내산 참깨 38.5t을 혼합한 참깨 14억1500만원어치를 유통해 무려 5억69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범부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이 추석을 앞두고 8월22~30일 제수용·선물용 식품업체 1만5000여곳을 단속한 결과 182곳이 원산지 거짓표시 및 미표시로 적발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원산지표시를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연간 4200~4900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8월 말 현재 3060건이 적발됐다. 줄어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산지 단속기법이 예전에 비해 훨씬 고도화·과학화됐는데도 적발건수가 해마다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원산지 위반행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경기 군포시 소재 한 정육점(정육식당)의 경우 호주산 와규 특수 부위를 국내산 한우로 속여 팔다가 적발됐는데, 단속 취약시간대인 평일 야간과 주말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산지표시 위반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지금도 농관원이 단속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농관원은 해마다 정기단속 7~8회, 기획단속 7~8회 등 총 14~16회의 단속을 한다. 일수로 따지면 200일가량 된다. 1년 중 휴일을 제외하면 연중 단속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인력이 부족해 치밀한 단속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산지표시를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 1100명이나 되긴 하지만, 이 중 원산지 단속을 전담하는 기동단속반은 170명에 불과하다. 이런 인력으로 53만개소의 농축산물·가공품 판매업체와, 79만개소의 음식점을 모두 효율적으로 단속하기란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단속에 소홀한 점도 문제다. 지자체는 농관원과 함께 엄연히 원산지 단속의 주체지만 서울·경기 정도를 제외하고는 원산지표시 단속에 미온적이다. 단속을 해도 업체를 단순 ‘방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가 민원 등을 우려해 단속업무를 꺼리는데다, 지자체장도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농업분야 민간연구소인 GS&J 인스티튜트는 ‘원산지표시제 개선 및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는 처벌을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정도로 강화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다”며 “이와 함께 원산지표시를 잘 하는 업체에 대해선 일정 기간 동안 원산지표시 단속을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