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조정제란=이 제도의 일반적인 의미는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고자 하는 생산조정제는 3만㏊의 논에 벼 대신 타 작물을 심는 게 뼈대다. 생산조정에 참여해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는 1㏊당 3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를 위해 총 9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언뜻 보기에는 2003~2005년 시행했던 쌀 생산조정제 및 2011~2013년의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년도 생산조정제는 이 두 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으로, 두 사업과는 조금씩 다르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2003년에 시작했던 생산조정제는 대상 논에 상업적 대체작물 재배가 금지됐다. 즉 휴경이 기본이었다는 얘기다.
2011~2013년의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은 휴경을 해선 안 되고, 콩·고추·옥수수 등 대체작물을 심어야 했다. 하지만 흉년으로 인해 2013년도 사업 신청물량이 크게 줄었고 대체작물이 콩으로 몰리면서 콩 수급에 문제를 일으켰다.
내년부터 계획된 생산조정제는 대상 논에 대체작물을 심되, 국내 생산이 부족한 조사료 중심이어야 한다. 부득이 콩 등을 재배할 때는 어떻게 판로를 확보할 것인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사업기간이 2017~2018년 2년이라는 점이 각각 3년이었던 이전의 사업과 다르다.
◆왜 생산조정제인가=벼 재배면적을 축소해 쌀 생산량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현재의 쌀 수급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 생산조정제 시행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쌀 수급 문제는 2000~2014년 쌀 소비가 연평균 2% 감소한 데 비해 생산은 1.6% 감소에 그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촉진이나 시장격리 등 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동원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장격리는 임시방편인데다 매입한 물량을 보관·관리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직결되는 단점이 있다. 실제 정부양곡 10만t당 연간 보관·관리비용은 316억원, 판매손실은 14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시행했던 자율적 벼 재배면적 감축사업도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농식품부는 이 사업을 통해 자연감소분 1만7000㏊를 포함해 3만㏊의 재배면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2만㏊ 가량 줄었을 뿐이다. 보조금 지급 등 확실한 동력이 부족해 사업이 부진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적은 비용(900억원)을 투입해 재배면적을 줄이는 생산조정제가 현재의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 예산 반영 절실=생산조정제는 이러한 필요성에도 내년도 시행이 불투명하다. 재정당국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말에 직불제 개편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직불금과 다를 바 없는 생산조정제 예산을 반영하는 게 적절치 않고 직불제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이러한 입장과 별도로 생산조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산조정제로 벼 재배면적을 줄여봐야 나머지 논에서 다수확 품종을 심거나 질소질 비료를 많이 주는 등의 방법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재배면적 감축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1971년 생산조정제를 도입한 일본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의 방식을 면적관리에서 2004년 수량관리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산조정제는 여전히 지금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생산조정제를 통해 쌀을 적정량만 생산하면 쌀값이 안정돼 RPC와 농가 모두에게 좋고, 변동직불금을 절감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변동직불금은 올해 7257억원이 지급된 데 이어, 내년에는 9777억원의 예산이 세워져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생산조정제가 단점도 있지만, 현재의 쌀 공급과잉 기조를 해소할 단기대책으로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 반드시 반영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