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2 직장인 박양호씨(47·경기·가명)는 바쁘게 출근하느라 아침을 거르기 일쑤다.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육류섭취가 많은 편이다. 중학생인 아들은 피자와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어 쌀에 대한 애착도 떨어진다. 그는 “이제 밥만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 쌀을 활용한 건강식품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식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다. 입맛의 서구화로 끼니마다 쌀밥을 먹지 않는 탓이다. 또 1~2인 가구나 젊은층이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집밥보다는 즉시 먹을 수 있는 간편식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밥으로 쌀 수요를 늘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쌀 가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거나 쌀 마케팅과 홍보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쌀=밥’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쌀 수요를 새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쌀=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먼저 탈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밥=식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간편식 가공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하도록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즉석밥과 같은 편의성을 지닌 가공식품 개발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1년 71.2㎏, 2012년 69.8㎏, 2013년 67.2㎏, 2014년 65.1㎏으로 4년 새 8.6%인 6.1㎏이 감소했지만 즉석밥 판매량은 2011년 2만9261t, 2012년 3만4329t, 2013년 3만7673t, 2014년 4만1087t으로 4년 새 40.4%인 1만1826t이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바쁜 아침시간대에 섭취의 편의성을 높인 간편식 상품시장을 주목할 만 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공식품이나 외식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아침식사 시장이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침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식품을 개발하면 쌀 소비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밀가루를 대체할 쌀가루·쌀젤과 같은 제품 개발과 이용 활성화에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쌀젤은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소재로, 빵·과자 등을 만들 때 탄력과 보습성이 좋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공식품의 중간재료로 사용되는 쌀가루 등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쌀 가공제품 개발, 가공제품 품질 고급화, 생산라인 설치가 관건이다.
금준석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쌀 가공제품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수준의 상품이 많지 않다”며 “정부가 쌀 가공식품 연구와 개발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걸리 원료 국산 햅쌀 사용 늘려야=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인 막걸리의 원료로 국산 햅쌀을 사용하도록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막걸리를 수입쌀로 만들어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펴낸 ‘2014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 428곳 가운데 수입쌀을 사용하는 업체는 67.8%인 290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59.1%보다 8.7%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2014년 막걸리와 전통주에 사용한 쌀 물량이 4만7259t이란 점을 감안하면 2만5000t이 넘는 수입쌀이 막걸리 원료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막걸리는 지역기반의 토종술이라는 점에서 국산 햅쌀을 원료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막걸리 원료로 국내산 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저가공급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막걸리 생산업체는 대부분 영세한데 오히려 영세기업은 국산 쌀을 원료로 많이 쓰고 대기업이 수입쌀을 주로 사용한다”며 “토종 막걸리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쌀을 저가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쌀 마케팅·소비홍보 전략 차별화를=쌀 소비감소 추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소비 홍보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우선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개성 있는 쌀 브랜드를 개발해 명품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쌀에 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한 독특한 포장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이 품종과 재배지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밥맛이 다르다는 정보를 포장지에 담거나 맛을 시각화해 정보를 제공하면 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러한 방식이 일본에서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 쌀 중심의 식습관 복원과 쌀의 가치 확산을 위해 색다른 홍보방법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명셰프를 활용한 쌀 요리법 개발이나 쌀밥 홍보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성혁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 부연구위원은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유명셰프가 출연한 요리방송을 본 시청자 10명 가운데 8명은 요리법을 참고로 직접 요리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지금은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참신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limtech@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