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차상경매를 위해 배추 운송 트럭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물류비 증가에 따른 출하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 산지에 대한 충분한 지원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내 하차경매공간 부족과 유찰된 상품의 방치 등도 사전에 검토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9월27일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고 현재 가락시장에서 차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무·양파·대파·배추 등에 대한 하차경매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안건으로 보고했다. 계획안을 보면 2017년 4월 육지무를 시작으로 7월 양파, 11월 제주무·대파 하차경매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배추·양배추·총각무·쪽파 품목도 내년 시범사업을 통해 2018년부터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공사 측은 그동안 차상거래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이른바 ‘속박이’ 문제를 해결하고, 차량 대기로 장내 혼잡 비용이 발생하는 등의 물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하차경매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방침에 출하자와 도매시장법인 측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차경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그 피해가 모두 출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양측은 물류비 증가에 따른 출하자 비용 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하차경매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장은 “하차경매로 발생하는 비용 증가분에 대한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물류기기 이용과 그에 따른 인건비 증가, 적재량 감소 등의 비용 증가분이 모두 출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사에서는 하차경매로 수취가가 오를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하차경매를 할 경우 차단위가 아닌 팰릿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중도매인 취급 물량이 감소해 수취가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대아청과 대표는 “무·배추는 저가품이기 때문에 현 상태로도 이익이 날까 말까 한 품목인데 여기에 포장과 상하차 비용이 추가되면 산지에서는 출하가 불가능하다”면서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출하자들을 독려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도 물류비 관련 정부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삭감된 상태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류기기를 이용하는 출하자에게 그 비용의 40~60%를 지원해주는 ‘물류기기 공동이용사업’ 예산을 책정해 운용 중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예산 162억원에서 38억원 증액한 200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추진했으나, 현재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를 150억원대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덕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물류팀장은 “정부와 국회에 예산 지원 요청을 계속할 방침”이라며 “올해 수박 물류효율화 사업에 지원했던 것처럼 공사 자체 예산으로도 일정 금액을 출하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설환경 개선도 사업 추진에 앞서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하차경매할 경우 경매 공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고, 유찰 상품의 품질 하락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는 경매가 안 될 경우 바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하차거래 때에는 이미 하역한 상품을 다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유찰상품이 덥거나 추운 경매장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해당 일정을 고려해 충분한 협의기간을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