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충남 당진 우강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앞. 수매용 벼를 가득 실은 트랙터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당진=김광동 기자
우강면 일대의 올해 벼 생산량은 2만t 정도로 예상된다. 우강농협은 이 중 1만5000t가량을 수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도 이 RPC엔 벼 600t가량이 들어왔다. 5t짜리 적재함을 붙인 트랙터로 치면 120대가 들어온 셈이다.
보통 5t의 벼를 수매하는 데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중량을 재고, 시료를 채취해 제현율과 단백질함량을 검사한 후 투입구에 쏟아부은 벼를 사일로로 옮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 벼를 싣고 온 농민들은 보통 4~5시간씩 기다려야 투입구에 벼를 부을 수 있다.
윤주인 우강농협 RPC 장장은 “콤바인 성능이 향상되고 대형화되다 보니 농민들이 벼를 수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돼 물량이 일시에 몰리고 있다”며 “그러나 RPC 시설은 옛날 그대로여서 투입구에 벼를 넣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 RPC는 1997년에 세워진 이후 몇차례 시설 개보수를 거쳤지만 벼를 보관할 사일로 용량은 모두 8800t에 불과하다. 농협이 수매한 벼의 상당량은 야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사일로로 연결된 벼 투입구도 4개뿐이고, 그마저도 면적이 좁아 물량이 폭주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농민과 농협 직원들은 벼 수매 때마다 진통을 겪기 일쑤다. 이곳 RPC에 근무하는 직원 7명은 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28일부터 거의 매일 철야근무에 들어갔다. 우강농협 본·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RPC에 특별 지원근무를 하고 있다. RPC에 벼를 내러 온 농민들도 여차하다간 밤을 새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불평을 토로하기보다는 오히려 농협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계약재배용 벼를 싣고 온 한 농민은 “농협에서 수매에 나선 농민들을 위해 저녁과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항상 친절한 모습으로 응대해줘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문규 우강농협 조합장은 “수매 때 농민들이 겪는 불편을 덜어주려면 벼 투입구와 사일로·이송기 등 RPC에 있는 모든 시설을 확대해야 하는데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당진=김광동 기자 kimg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