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 13만원대가 무너졌다. 수확기인 10월 산지 쌀값이 80㎏ 기준 13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은 25일자 산지 쌀값이 80㎏ 기준 12만9628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산 첫 햅쌀 가격 조사인 10월5일자(13만4076원)에 견줘 3.4%(4448원), 열흘 전인 15일자(13만1808원)보다 1.7%(2180원) 떨어진 가격이다.
정부가 신곡수요량을 초과하는 25만t을 10월 말부터 시장격리하겠다고 18일 발표했음에도 산지 쌀값이 반등하기는커녕 내림세를 지속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지 쌀값 하락세를 멈추기엔 25만t이라는 정부 시장격리 물량이 너무 적다”는 산지 전문가와 농민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소 30만t 이상을 시장격리해야 쌀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산지 쌀값 13만원대가 붕괴되면서 쌀 변동직불금이 농업보조총액(AMS)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변동직불금은 수확기(10월~익년 1월) 평균 산지 쌀값이 80㎏ 기준 13만411원 아래로 떨어지면, 연간 AMS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AMS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감축대상보조로 현재 우리나라 연간 한도는 1조4900억원이다.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이 25일자 가격 수준에서 확정된다면 변동직불금이 연간 AMS 한도를 초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는 셈이다. 쌀값 하락세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농협은 쌀시장 안정방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월 말을 기점으로 시장격리 물량에 대한 배정을 모두 마쳤고, 산지 거래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산지 쌀값을 반등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지역농협의 구곡 투매를 막고자 구곡 판매창구를 농협양곡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양곡은 20일 현재 지역농협이 보유 중인 2015년산 구곡 3만4000t(주정용 제외) 가운데 과잉물량인 1만5000t을 수탁판매 방식으로 시가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모두 판매해줄 방침이다. 또 사후정산제를 도입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우선지급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격리 물량 배정이 끝난데다 도정수율도 지난해보다 떨어져 산지 쌀값 하락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지역에서 조곡가격이 소폭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곡 가격 상승은 일정기간 뒤 산지 쌀값 오름세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실장은 “가격 상승요인이 다소 있는데도, 산지 상인들이 심리적 불안감으로 산지 거래에 소극적이라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 같다”며 “정부와 농협이 적극 나서고 있어 11월부터 산지 쌀값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우균·임현우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