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유제품 소비량은 2000년 281만1000여t에서 지난해 393만6000t으로 15년간 4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유제품 소비량 역시 59.6㎏에서 75.7㎏으로 늘었다. 특히 치즈 소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00년 1㎏에 불과했던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지난해 2.6㎏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버터·생크림 소비도 꾸준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30.8㎏에서 26.6㎏으로 오히려 14% 줄었다. 결국 치즈 등 유가공품 소비가 흰우유를 대체해 가는 것이다. 국민 식생활의 서구화와 외식산업 성장 등의 결과다.
이렇듯 유제품 소비가 늘어남에도 국내 제품 생산이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늘어나는 유제품 소비량은 고스란히 외국산이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치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치즈는 자연치즈 7240여t, 가공치즈 1만5940t 등 모두 2만3100여t으로 전체 소비량의 18%를 차지한다. 하지만 가공치즈 대부분이 외국산 원료임을 감안하면 국내산 비중은 6%로 떨어진다.
주된 원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국산 원유는 통상 외국산보다 3배 이상 비싸다. 국내 유업체가 국산 원유로 치즈를 생산하기보다는 치즈 수입에만 열을 올리는 이유다. 게다가 2011년 EU(유럽연합)를 시작으로 낙농 선진국과의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시장을 활짝 열어준 것도 문제다. FTA에 따라 치즈는 품목별로 10~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고, 무관세(TRQ) 쿼터물량 7000t도 매년 3%씩 늘게 돼 있다.
원유 부산물로 만드는 버터와 생크림도 원유 수급 사정에 좌우된다. 원유는 액체 상태로 장기 보존이 어렵다. 때문에 재고(남는 원유)는 지방을 빼고 말린 탈지분유로 보관하는데 이 과정에서 버터와 생크림이 나온다. 탈지분유가 줄면 자연스레 이들 유제품은 감소한다. 2만t가량의 탈지분유가 생산된 2014년과 지난해 이들 제품이 충분했던 이유다. 원유가 남아돌면 충분하고, 적정하거나 부족하면 구하기가 어려워져 수입이 느는 것이다.
조석진 영남대 교수는 “지금대로라면 흰우유 중심의 국내 낙농업은 계속 쪼그라들어 설 자리가 없다”면서 “흰우유를 포함한 시유와 더불어 치즈 등 유제품에 대한 별도의 가공용 쿼터를 설정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 국내 유제품 생산기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산 유제품 생산기반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