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공비축 매입대상에서 <호품>벼가 제외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공공비축미 매입대상 품종에서 다수확 품종인 <호품>과 <황금누리>를 제외키로 했다. 공공비축미의 품질 향상과 쌀 적정생산 차원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2개 다수확 품종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시·군별 매입품종 선정위원회는 2017년 공공비축미 매입품종에서 <호품>과 <황금누리>를 제외해야 한다. <호품>과 <황금누리>는 대표적인 다수확 벼 품종으로 10a(300평)당 생산량이 각각 600㎏, 574㎏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또 2018년부터 벼 보급 단계부터 다수성이면서 시장선호도가 낮은 품종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비축미 매입 대상에서 정부 보급종 제외 품종을 배제하고, 시·도별 공공비축미 매입대상 품종도 현재 2개에서 1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자체가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을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품종에 관계없이 같은 가격으로 매입하다보니 농민들이 고품질보다 다수확 벼 품종 재배를 선호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공비축미 중 다수확 품종 비중이 매년 높아지는 추세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호품>이 다수확 품종임에도 소비자선호도가 낮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품종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품>은 농촌진흥청이 <삼광> <운광> <고품> 등과 함께 ‘최고품질 벼’로 선정한 15개 품종 중 하나다. 최고품질 벼는 10a당 500㎏ 이상 수량, <추청>벼 수준의 외관, <일품>벼 이상의 밥맛, 완전미(65%)보다 높은 75% 이상의 도정수율, 주요 병해충 2개 이상의 복합내병성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농진청은 8월 “<호품> <고품> <삼광>은 일본의 <고시히카리> 등 외국 품종보다 밥맛이 더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품>과 같은 우수품종을 공공비축미 매입품종에서 제외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호품>은 일부 농가들이 수확량을 좀 더 늘리려고 질소비료를 과다 시비해 미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기는 하나 품종 자체로는 상당히 우수하다”면서 “공공비축미 매입대상에서 제외하면 많은 공을 들여 개발한 우수품종을 사장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쌀 생산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다수확 품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비축미 매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호품>을 공공비축미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기보다는 과다시비한 수확물만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