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 인근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방역당국이 가금사육농장과 하천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육용오리에 대한 정밀검사를 벌인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18일 밝혔다.
16일 해당농가는 사육 중인 1만여마리의 오리 가운데 200마리가 폐사해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방역당국은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초동방역팀을 즉시 투입, 해당농장으로부터 800ｍ 떨어진 인근 농장의 오리까지 총 2만2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같은 날 신고가 들어온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산란계 농장 역시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이 농장은 산란계 4만마리 가운데 2000마리가 폐사해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19일 0시부터 20일 오전 12시까지 서울ㆍ경기ㆍ인천ㆍ대전ㆍ광주ㆍ세종ㆍ충북ㆍ충남·전북·전남 등 서해안 인접지역 10개 시·도의 가금류 관련 축산인과 차량, 축산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내리고 차단방역에 나섰다.
◆AI 전국으로 확산되나=농가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올겨울 들어 처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8월 어렵게 회복한 ‘AI 청정국 지위’를 또 한번 잃게 됐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AI 발생지역에는 가금류 농장이 밀집돼 있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음성군 맹동면의 AI 확진농가 반경 10㎞(예찰지역) 안에는 283농가에서 283만마리의 닭과 오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반경 3㎞ 이내 32개 오리농가에서 분변을 채취해 간이 검사를 한 결과 농장 3곳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확산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발생한 AI는 과거 국내에서 주로 발생했던 H5N8형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인 H5N6형이다. 10월28일 충남 천안과 16일 전북 익산의 야생철새 시료에서 확인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야생철새에 의해 국내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수의업계 관계자는 “H5N6형 AI는 중국과 베트남·홍콩 등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라며 “국내에 잔존해 있던 바이러스가 변이했다기보다 해외에서 새롭게 유입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철새가 전국 각지의 철새도래지에 터를 잡으면서 인근 농장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전국에서 AI가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초동 차단방역이 좌우=전문가들은 AI 발생 초기인 현시점에서 확산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차단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10월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농장에서도 발생했다는 것은 차단방역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AI 바이러스의 잠복기(최대 21일)를 고려할 때 현재 양성으로 확진된 농가 말고도 이미 다른 농장의 가금류도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됐을 때 중요한 것은 농장의 차단방역이 뚫리는 것을 막는 일”이라면서 “농가들은 분뇨·사료운반차량 등 모든 외부 출입차량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실시하고, 철새의 접근을 막는 등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