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에서 팥과 메주콩 농사를 짓고 있는 오모씨(65)는 올해 콩 수확을 마친 결과 지난해보다 30%가량 수확량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콩이 한창 자라는 시기인 8~9월 가뭄이 극심해 열매 달린 나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같은 콩 작황부진은 여름철 가뭄이 전국에 걸쳐 나타난 점에 비춰볼 때 국내 전체 콩 생산량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이 주산지인 콩나물콩은 가뭄뿐만 아니라 10월 태풍 피해까지 겹쳐 일반콩 수확량보다 감소폭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가뭄에 태풍까지 ‘작황부진’=여름철 가뭄·폭염에다 수확기를 앞두고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태풍 피해까지 겹쳐 올해 콩 수확량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1월 농업관측을 통해 올 콩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농가들이 체감하는 수량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농경연 농업관측본부가 10월4~12일까지 콩 재배 832농가를 대상으로 작황을 조사한 결과 10월 상순까지 콩 생육상황이 ‘나쁘다’는 응답이 72%였다. ‘좋다’는 응답은 8.7%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콩 생육시기에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면서 개화기에 꼬투리 형성이 부진했고, 비대기에는 콩알 수가 감소해 수량과 품질이 모두 떨어졌다는 것이다.
농경연은 “올해 콩 재배면적 감소폭은 지난해에 비해 적었지만 전국적으로 여름 피해가 발생해 전체 콩 단수는 전년보다 7.1%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재배면적 추정치와 예상단수를 적용했을 때 생산량은 11% 정도 감소한 11만464t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산 콩나물콩 작황부진은 일반콩보다 더 심각하다. 콩나물콩 재배 주산지인 제주지역에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비가 잦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예상단수는 전년 대비 11%가 떨어져 전체 생산량도 17% 감소한 9380t 수준을 밑돌 전망이다.
우제현 국립종자원 사무관은 “올해 1760t가량을 농가로부터 수매해 내년도 종자로 보급할 예정인데, 산지 확인결과 작황이 부진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대책을 마련 중이다”며 “특히 콩나물콩은 제주지역 작황부진으로 계획량의 50%가량만 수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농가들의 수확이 완료되면 육지에서 생산된 콩나물콩을 제주지역에 전수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경기 콩 도매가격 보합세=단경기(8~10월)에 국산 콩은 경기침체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고 정부 수매물량이 꾸준히 방출되면서 도매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다만 국내산 메주콩·팥 등의 작황이 부진한 영향으로 단경기 외국산 콩 도매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는 등 상승 조짐을 보여, 국산 콩 가격은 지난해보다 다소 오를 전망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콩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산 콩 상품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1㎏당 43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올랐다. 이는 평년보다는 여전히 16% 낮은 값이다.
국산콩 가격 상승에 단경기 수입콩 도매가격 역시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수입콩 도매가격은 단가가 높은 호주산과 중국산 수입량이 늘면서 전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값이 형성됐다. 2016년 10월 수입콩 평균 도매가격(중품 기준)은 1㎏당 3209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 올랐다. 이는 평년 같은 기간 대비 3.7%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콩 가격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 시장접근수입물량이 꾸준히 시장에 풀리고 있는데다 세계 콩 생산량도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농업관측본부는 2016~2017년 세계 콩 생산량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3억2702t으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성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