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가금류 입식 금지 조치를 기존 보호지역(3㎞ 이내)에서 예찰지역(10㎞ 이내)으로 확대한 가운데 병아리 입식 중단으로 닭고기 수급차질이 우려된다는 육계농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2일 한국육계협회 소속 육계사육농가 10여명이 정부의 가금류 입식금지 조치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37일째를 맞은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중식당. 한국육계협회 육계사육농가분과위원회가 열린 이곳은 육계농가 10여명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16일 정부가 AI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격상하면서 예찰지역(10㎞이내)의 닭 입식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호지역(3㎞) 이내에서만 입식을 금지했던 것에서 방역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상당수의 육계농가들이 병아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서 육계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육계농가들에 따르면 20일 전국 AI 발생농가는 208농가로, 이들을 중심으로 10㎞ 이내 지역에 병아리 입식을 금지하면 입식 가능 농가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정지상 한국육계협회 상무는 “협회 소속 14개 계열화업체를 통해 입식 금지 조치에 해당된 농가 현황을 파악해보니 전국 계열화업체 소속 농가 1500곳 가운데 절반이 입식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럴 경우 농가 손실액과 병아리 폐기 손실액 등 매월 375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북도는 병아리 입식 금지 기준을 기존 ‘타 시·군’에서 ‘타 시·도’로 자체적으로 확대하면서 도내 201곳 육계협회 소속 농가들의 병아리 입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도는 최근 AI 발생지역으로부터 가금류의 경북도 내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농가들은 입식과 마찬가지로 출하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남 아산 농가 강용식씨는 “방역조치 강화로 각 시·도에 있는 지정 도계장으로만 닭을 출하할 수 있어 지역 내 농가들의 닭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면서 “도계장에서 하루에 처리 가능한 물량을 맞춰 조금씩 닭을 내보내다보니 출하만 10일째 하는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한달만 지속돼도 당장 1월부터 육계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농가들은 육계 병아리를 입식 후 25~30일령이 되면 출하하는데, 지금처럼 입식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 한달 뒤 시중에 내보낼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예상되자 농가들은 성명서를 내고 “위기경보 ‘심각’ 수준에 따른 방역대책에서 육계를 제외해달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농가들은 성명서에서 “육계농장에선 현재까지 단 한곳에서만 AI가 발생했는데도 산업적 피해는 막심하다”면서 “입식 금지 조치를 10㎞ 이내에서 3㎞ 이내로 축소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경북도의 발생지역 가금산물 반입 금지 조치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동시에 위축된 닭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닭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공익광고를 시행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