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에 경매를 기다리는 농산물이 가득 차 있다.
◆엽근·양념채소류=2015년 12월 강추위로 인한 작황부진의 쓰나미가 올 한해 내내 영향을 미쳤다. 공급량 부족으로 상반기 줄곧 강세를 보였던 배추·무값은 여름철 고랭지채소까지 고온·가뭄 피해에 직면하면서 여름 고랭지채소는 물론 하반기 김장배추·무값에까지 파장이 이어졌다. 일기불순으로 김장용 가을배추·무 생산량은 2006년 이후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배추·무값 강세로 김치 수입량도 크게 늘어 11월 말 현재 평년보다 7662t 증가한 22만5601t이 반입됐다. 배추·무 수급 불안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남 해남과 제주 등 겨울채소 주산지가 지난가을 태풍 ‘차바’의 피해를 입어 전체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건고추는 쌓여 있는 재고에 덜미를 잡혀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건고추는 올해 고추 생산량이 지난해에 견줘 12.5%나 줄었음에도 도매가격은 30% 이상 떨어지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정부재고 1만3000t을 포함한 3만t가량의 재고와 중국산 냉동고추 등의 수입 증가가 부담이 됐다.
마늘·양파는 희비가 엇갈렸다. 2015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공급량 부족과 난지형 생산량 감소로 마늘값은 1년 내내 평년 값을 웃돌았다. 11월 말 현재 상품 기준 1㎏당 깐마늘 도매가격은 7291원으로, 평년보다 24%(1774원) 높게 형성됐다.
양파는 수확기 생산량 증가로 값이 떨어졌다. 재고량 부족으로 3월까지 평년 가격보다 40% 안팎 높게 거래되던 양파는 햇양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한 5월에는 1㎏당 상품 기준 586원에 거래돼 평년보다 14% 떨어졌다.
◆과채류=참외는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하 시작을 알렸다. 생육기인 1월 한파 피해로 1화방 물량이 급감했던 영향이다. 그러나 2화방 물량부터 정상적으로 출하되면서 4월 이후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산 오렌지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같은 시기 성출하기를 맞은 참외가격에 악영향을 미쳤다.
평년 가격 수준으로 출발한 올해 여름 수박은 8월을 넘어서며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해 8월 수박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당 1000원 중반대였던 반면, 올해는 2000원 중반대를 넘나들며 높은 가격권을 형성했다. 이례적인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면서 늦여름 수박을 찾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예년보다 늘어난 탓이다. 또 올해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작한 수박 팰릿출하 사업으로 산지의 포장·유통비용 증가분이 도매가격에 반영된 영향도 있다.
연중 출하되는 토마토는 상반기엔 부진, 하반기엔 양호한 가격 흐름을 보였다. 재배면적 확대와 작황 순조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상반기까지 부진한 시세가 이어졌지만, 하반기 들어 최근까지 전년·평년 대비 양호한 가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가을 일부 농가가 입은 태풍 피해 등으로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있어 농가소득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과채시장의 마지막 주자인 딸기는 출하 초 높은 시세로 시작해 점차 하향세를 띠고 있다. 정식기인 여름철 고온으로 11월 출하량이 적었으나 12월 들어 정상물량으로 회복되는 추세다. 딸기는 소비지에서 높은 선호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 양호한 가격이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증가해 변수는 있다.
◆과일류=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일소(햇볕데임) 피해로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가운데 가격은 선전한 한해였다.
사과·배는 올해 폭염으로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줄었다. 사과는 지난해(58만3000t)보다 5.4% 감소한 55만1000t, 배는 지난해 (26만1000t)보다 1.9% 줄어든 25만6000t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과는 가격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높았고, 배는 추석(9월15일) 이후 크게 떨어졌지만 내년 설(1월28일)을 앞두고 회복하고 있다. 명절 선물용 소비 비중이 높은 사과·배는 당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5만원 이하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선물세트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
포도·복숭아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포도는 국내에서 주로 생산되는 <캠벨얼리>의 인기가 떨어진데다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감소해 지난해(25만9000t)에 비해 12.7%나 줄어든 22만6000t이 생산됐다. 가격은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지만 올해 FTA 폐업지원금을 신청한 농가가 많아 내년에도 재배면적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복숭아는 포도에서 품목 전환한 농가가 많아 생산량이 늘었다. 올해 생산량은 26만t으로 지난해(23만8000t)보다 9.3% 늘었다. 복숭아는 달고 부드러운 맛으로 소비지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았다. 하지만 급속도로 재배면적이 늘면서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감귤은 여름철 무더위가 득이 됐다.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당산비(당도와 산도의 비중)가 좋아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출하 초기인 10~11월 가격이 지난해보다 10% 높았고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된 12월에도 평년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성홍기·장재혁·이현진 기자 hg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