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가격 경쟁력
가장 먼저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한우값과 견줘 수입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한우값은 최근 지육 1㎏당 1만6000원대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추석 전까지만 해도 1년여 넘게 사육마릿수 감소에 따라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농협에 따르면 한우는 지난해 추석이 끼어 있던 9월 한달간 지육 1㎏당 평균 1만8875원에 거래됐다. 2013~2015년 3개년 9월 평균값(1만6572원)보다 14%(2303원)나 높았다.
이렇다보니 비싼 한우는 육류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한우갈비(1등급) 100g당 소매가격은 4429원으로 수입 냉장갈비(호주산 2230원, 미국산 1989원)보다 2배 안팎 높았다.
경기 수원 재래시장의 한 정육점 주인은 “한우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접근하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수입 쇠고기가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싼 수준이 아닌데도 수요층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도 수입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축산 선진국과의 FTA에서 모두 ‘15년+농산물 세이프가드(ASG)’로 쇠고기 시장을 열었다. 40%의 관세를 15년에 걸쳐 매년 2.6%포인트씩 줄여나가 0%로 하되, 기준치를 넘어선 물량이 수입되면 상대국과 협의없이 곧바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2013년 FTA를 체결한 미국은 2026년, 호주는 2028년, 캐나다는 2029년에 각각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② 소비자의 인식 변화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수입 쇠고기 급증에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것이다.
광우병 사태로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미국산이 대표적이다. 미국육류수출입협회가 최근 갤럽과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10명 중 5명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우병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의 거부감이 희석돼 미국산 쇠고기 구이전문점이 성업할 정도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듯 미국산을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업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미국산 수입량은 전년(11만2400t)보다 37%(4만700여t)나 껑충 뛰었다.
③ 경기 침체
경기 침체 여파도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년째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호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한우 대신 수입 쇠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주부는 “한우가 비싸다보니 큰맘을 먹어도 사는 데 망설여진다”면서 “결국엔 수입 쇠고기만 사든지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섞어 구입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젊은 층들은 아예 저렴한 가격에 쇠고기를 맛볼 수 있는 수제버거와 저가형 스테이크 등 외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④ 김영란법
지난해 9월 말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김영란법 여파로 수입 쇠고기 대체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가를 낮춘 메뉴를 개발하면서 한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쇠고기를 선택하는 식당이 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우 정육 소비를 담당했던 식당들이 메뉴판에서 아예 수입육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억·최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