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70㎏ 대가 무너지기까지 7년이 걸렸지만, 60㎏ 붕괴는 6년으로 단축되는 등 소비 감소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쌀소비를 늘리기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줄어드는 쌀소비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농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다양화되면서 쌀소비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쌀소비 대책과 함께 쌀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고 있다.
◆소비 감소ㅎ생산 감소=우리나라의 쌀 재배면적은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그러나 쌀소비 감소량이 이를 압도하면서 구조적인 공급과잉 기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쌀값 하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쌀 재배면적은 77만8734㏊로 15년 전인 2001년 재배면적(108만3125㏊)에 견줘 28.1%, 5년 전인 2011년(85만798㏊)에 비해서는 8.8% 줄었다.
그러나 쌀소비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2016년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2001년(88.9㎏)에 견줘 30.4%, 2011년(71.2㎏)에 비해서는 13.1% 감소했다.
실제 쌀생산량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2016년 쌀생산량(419만6691t)은 5년 전과 비교하면 불과 0.6% 줄었을 뿐이다.
적당한 기후와 다수확 품종 재배가 확산되면서 단위면적당 쌀생산량 증가분이 재배면적 감소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쌀 공급과잉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쌀·콩 수급동향과 전망’ 자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쌀생산량 감소보다 소비량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농경연은 2027년 1인당 쌀소비량이 47.5㎏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에 따른 전체소비량을 253만6000t으로 추정했다. 2027년 쌀생산량 추정치 336만8000t보다 83만2000t이 적다.
농경연 측은 “정부개입이 없다면 중장기적으로도 국내 쌀수급은 구조적 공급과잉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적정 생산을 유도하는 생산감축 정책을 펴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소비정책 필요=지난해 국민 1인당 하루 쌀소비량은 169.6g에 그쳤다. 한사람이 하루에 먹는 밥이 한공기(100~120g)를 겨우 넘긴다는 얘기다. 국민의 식생활 패턴이 날로 다양해지면서 이에 발맞추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쌀소비 촉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민식생활 개선을 독려하려고 2015년에 실시한 범국민 ‘밥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왜 쌀을 먹어야 하는지,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알림으로써 국민인식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국민식생활이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단편적인 홍보정책으로는 소비촉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흰밥(백미) 중심의 쌀소비 관점에서 탈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농경연에 따르면 즉석가공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국밥·덮밥과 같이 한번 더 가공한 형태인 복합밥류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가공밥 시장의 복합밥류 판매량은 4415t으로 1년 전(2449t)보다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또 쌀소비 감소 추세 속에서도 지난해 보리·콩·감자·고구마 같은 기타 양곡 소비량은 1년 전보다 5.7% 증가한 9.3㎏을 기록했다. 2012년 7.3㎏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백미 위주의 관점보다는 다양해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패키지형 제품을 확대하는 것이 쌀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조은지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지난해 말 다양한 쌀가공식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라이스랩’을 열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식생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출시를 지원할 것”이라며 “동시에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홍보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