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겨울가뭄 탓에 수위가 크게 낮아져맨땅이 훤히들여다보이는보령댐 일대. 보령=김광동기자
“자칫하단 소금물로 벼 육묘를 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충남 보령시 주산면 화평리와 증산리 농민들은 벌써 올봄 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간척 농지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어 농업용수를 인근 부사호와 보령댐에 의존한다. 그런데 올해는 극심한 겨울가뭄으로 보령댐 수위가 낮아져 영농철에 농업용수를 얼마나 흘려 보내줄지 몰라 마음을 졸이는 중이다.
임장순 주산농협 조합장은 “염분이 섞인 부사호 물만으로는 벼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보령댐에서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주지 않으면 벼 육묘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가뭄이 지속되면서 충남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수위가 내려가자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보령댐은 보령·서천·홍성·예산·청양·당진·서산·태안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충남도민들의 ‘젖줄’이다. 이런 보령댐이 지난해 여름부터 가뭄이 지속되면서 가둬놓은 물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1월 말 기준 보령댐의 저수율은 총저수용량의 21.2%에 불과하다.
실제 본지 취재팀이 1월31일 오후 보령댐 일대를 둘러본 결과 미산면 풍계리와 용수리 등 상류지역은 아예 물이 말라 맨땅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용수리에서 만난 한 농민은 “보령댐 바닥이 점점 드러나 보이자 주민들은 최악의 가뭄을 겪은 2015년 악몽이 떠올라 진저리 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보령댐으로부터 용수를 공급받는 지역의 저수지 저수율은 서천(72.8%)만 제외하고, 서산·태안 49.2%, 보령 52.6%, 청양 56.6%, 홍성 50.8%, 예산 55.5%, 당진 64% 등 대부분이 예년 저수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 일부 지역에서도 겨울가뭄에 따른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옥천과 괴산 일부 지역의 저수율은 1일 현재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에 충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등은 봄가뭄에 대비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총력대응 태세로 전환했다. 저수율이 50% 미만인 저수지를 대상으로 집단 관정을 개발하고, 3월부터는 임시 양수장을 설치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장기적인 가뭄에 대비해 사전 논물가두기, 간이양수장 설치, 하상굴착 등 다각적인 용수원 개발과 확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기 안성지역에서도 겨울가뭄 피해가 예상된다. 박용호 서운농협 상무는 “지난해 말부터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금광·마둔저수지를 비롯한 지역 내 저수지 수량이 평년보다 크게 줄었다”며 “지금 이 상태로 간다면 봄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령·홍성=김광동, 청주=류호천, 안성=백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