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동대처로 초기 확산 막아야=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 젖소 농가의 경우 백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특히 농장주의 해외여행 중 바이러스 감염 여부, 백신 이동시 관리 소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살처분 과정에서 전체 195마리 중 20마리를 조사한 결과, 4~5마리에서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번 농장은 항체 형성률이 20%밖에 안됐다”며 “해당 농장에선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다고 밝혔지만 접종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1년도 채 안돼 다시 발생했지만, 예전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이 많이 이뤄져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기준 항체 형성률은 소 97.5%, 돼지 75.7%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초동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이번 AI 사태에서 미뤄보듯 방역당국이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대처하면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AI 발생 때처럼 초기 확산을 못 막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며 “주변 가축에 대한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이동통제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면 하늘가축병원 원장(강원 횡성)은 “원유(原乳)를 싣고 나간 집유차량 등의 경로를 감안해서 이동제한지역의 범위를 원래 규정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체 형성률이 낮은 지역과 농가를 대상으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충북의 발생 농장에서 백신 항체 형성률이 20%대에 불과한 점을 미뤄볼 때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가 적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선일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전면 조사로 백신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농장은 곧바로 (백신 접종)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방역의식 필요=구제역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축산농가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축질병 발생 때마다 방역당국의 각종 조치가 농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해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무리 방역을 한다고 해도 농가가 따라주지 않으면 구제역 확산은 막을 수 없다. “농가들이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정부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방역당국의 구제역 방역 지침에 따르면 소·돼지·염소 등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 사육농가들은 우선 100%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소는 생후 2개월 정도 되면 1차 접종한 뒤 1개월 지나 2차 접종을 한다. 이후엔 6개월마다 한번씩 주기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돼지는 생후 1차 접종을 하고 중간에 2차 접종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그동안 항체가 형성된 소·돼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백신을 ‘만병통치약’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농가들이 농장 안팎을 매일 소독함은 물론 외부인의 농장 진입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구제역 발생 상황에선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외국을 다녀왔다면 공항에서 가축방역관에게 신고한 뒤 소독 조치 후 귀가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농가는 철저한 방역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승용차로 피해지역을 방문할 땐 차량 통제초소에서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차체와 바퀴를 충분히 소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억·최문희 기자 eok112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