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상추·깻잎 등 엽채류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가격 반등의 기미를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15일 기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적상추 4㎏들이 상품 한상자의 최근 1주일 평균 시세는 6495원으로 전년 동기 가격(1만3796원)의 절반도 안된다. 이같은 시세는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깻잎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깻잎 상품 100속(1속은 10~12장)의 최근 1주일 평균 시세는 1만4400원으로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2만5153원)보다는 1만원 넘게 떨어졌다.
가락시장 관계자들은 소비부진을 엽채류 가격폭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김오식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품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엽채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 좋다”며 “경기불황과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외식문화가 바뀌면서 주로 육류와 함께 소비되는 엽채류가 가격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엽채류 가격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곽종훈 동화청과 경매사는 “올겨울 기온이 따뜻해 생산량은 늘었는데 소비는 되레 감소하는 추세라 엽채류 시장이 최악이라 할만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추·깻잎 등 쌈채류와 양상추·치커리 같은 샐러드용 채소의 시세가 상당히 안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구제역이 당장 엽채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앞으로 더 확산하거나 장기간 지속하면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곽 경매사는 “워낙 시세가 좋지 않아 가축질병의 여파를 체감할 수 없다”면서도 “구제역이 더 퍼져 전국이 들썩거린다면 시세하락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방승현 중앙청과 경매사는 “보통 3월이 되면 엽채류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이마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