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한 세균부터 장맛·감칠맛을 나게 해주는 효모·곰팡이 모두가 포함된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여러 농자재·농법에 이용돼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일까?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 퍼져 있는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① 미생물이란?
미생물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0.1㎜ 이하 크기의 생물을 말한다. 물빛을 녹색으로 만드는 녹조류 같은 조류(藻類)부터 세균(박테리아)·곰팡이·바이러스까지 미생물의 범주는 광범위하다. 구체적으로 몇종이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미생물은 일반 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발 8000m(8㎞)가 넘는 히말라야산맥의 고봉들보다 5배는 더 높은 40㎞ 상공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수천m 깊이의 바닷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생물은 생물학적으로 핵을 둘러싸고 있는 막(핵막)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원핵미생물’과 ‘진핵미생물’로 나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유용성에 따른 구분이 더욱 익숙하다. 김치와 장류·젓갈류·치즈·요구르트 등의 발효음식을 만들어주는 ‘발효미생물’, 동·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병원균)’, 각종 물질을 변질·부패시키는 ‘부패균’ 이 대표적이다.
⑵ 생활 속의 미생물
과학자들은 ‘인간 자체가 거대한 미생물 집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생물과 우리 삶이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미생물은 주로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일단 식탁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김치·된장·간장·장아찌·젓갈 등의 발효·숙성 과정에 유산균(젖산균)·고초균 같은 수많은 미생물이 관여한다. 김치가 세계 10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도 풍부한 유산균 때문이다.
주류 역시 미생물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곰팡이의 일종인 ‘누룩’을 사용하는 막걸리부터, 효모와 맥아·홉의 숙성을 통해 톡 쏘는 맛을 내는 맥주까지 미생물을 통해 탄생한다.
의약품에서도 미생물의 활약이 눈부시다. 중국에서는 2500년 전에 뾰루지·종기 치료를 위해 곰팡이가 핀 두부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인간에게 ‘항생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페니실린’ 역시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물질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은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복잡한 장내 미생물은 제약회사가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연구 분야로 꼽힌다.
⑶ 농업과 미생물
미생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농업 분야에서도 미생물은 중요한 존재다. 토양 속의 각종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해서 식물의 영양소로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퇴비를 발효시키고, 토양에 뿌린 퇴비를 다시 완전히 분해시켜 흙의 한 성분(부식교질)으로 바꿀 때까지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작용하게 된다.
또 미생물 중에는 특수한 성분을 작물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것도 있다. 콩과식물에 기생하는 근류균이 대표적이다. 근류균은 공중의 질소를 고정해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비료성분을 제공해준다. 콩과식물이 풋거름작물로 이용되는 이유다. 벼베기 전후 논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풋거름작목으로 잘 알려진 헤어리베치를 재배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외에도 뿌리의 인산흡수를 돕는 세균(인산가용화균)이나 생리활성물질 생산균, 병원균의 생육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길항균, 오염물질 정화능균처럼 직·간접적으로 작물 생육을 돕는 미생물도 있다.
⑷ 미생물로 농약을 만든다?
미생물제는 미생물의 기능을 이용해 토양 중 작물에 필요한 양분의 효과를 높일 목적으로 흙에 주는 자재를 말한다. 토양에 미생물제를 사용하게 되면 자재에 함유된 특정 유용미생물이 작물의 양분 흡수를 도와주게 된다.
집약적으로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오염물질의 집적으로 정상적인 미생물 생태계가 파괴돼 연작장해가 발생할 때 유용미생물을 쓰면 오염물질이 분해·제거되고 작물 생육에 큰 도움을 준다.
또 병원성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다른 미생물로 병해충을 방제하기도 한다. 고추 탄저병 방제에 이용되는 바실러스 균제를 들 수 있다. 탄저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코레토트리쿰 속 곰팡이인데, 바실러스속 균주 중 고추 탄저병균의 포자 활성을 억제시키는 미생물을 이용해 방제를 하는 것이다.
이밖에 토양 속 미생물에서 선발한 엑스텐(EXTN-1)균은 여러 병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고 작물의 생육을 촉진시킨다. 이 균은 대부분의 병원균에 효과가 있고, 특히 농약으로 방제가 어려운 세균병과 바이러스병의 발생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⑸ 유용미생물이란?
요즘 일상생활 속 활용도가 높아 주목받고 있는 미생물이 있는데 바로 유용미생물인 EM(이엠·Effective Microorganism)이다. EM은 유산균과 광합성균·고초균 같은 다양한 세균이 혼합된 것이다. EM발효액은 농업 분야에서 다각도로 사용되고 있다. EM발효액은 토양 내 유기물 분해를 촉진시켜 수량을 늘리고 식물생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도 ‘만능 살림꾼’으로 불리며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다. EM원액과 쌀뜨물·흑설탕을 이용해 쉽게 배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빨래할 때 5㎏당 1ℓ의 비율(흰옷은 용량 조절 필요)로 EM발효액을 넣으면 때도 잘 빠지고 세제 사용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전자와 환기팬·가스레인지 에 EM발효액을 뿌린 뒤 하루 정도 지나 닦으면 묵은 때를 쉽게 지울 수 있다. 일반 주방세제와 발효액을 4:1 비율로 섞어 사용하면 물때 없는 깨끗한 설거지가 가능하다.
⑹ 주목받는 농업부문 미생물은
최근 농업과 관련된 미생물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프로바이오틱스’라 불리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이다. 유산균과 비피더스균 등이 대표적인데, 이 균들은 사람이나 동물이 섭취했을 때 위산 등에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해 젖산을 생성한다. 유해균의 생육을 막아 건강에 이로운 균의 증식을 도와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한 7개 부처가 참여하는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에서 농림축산식품분야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 역시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동·식물의 면역증강제와 비료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실질적인 산업기여도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