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적으로 연중 2월의 시세가 가장 좋지 않은 채소류는 3월이 되면 학교급식용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극심한 소비부진과 생산량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개학 효과’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학교급식용 물량을 공급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전반적인 농산물 소비가 늘면서 시장 거래가격이 호전되는 데, 올해는 이런 현상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10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채소류 시세는 아직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추·청경채·애오박·오이 같은 잎채소류와 열매채소류가 극심한 가격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2월 하순 적상추 4㎏들이 상품 한상자는 평균 1만600원에 거래되다가 3월 상순에 1만3600원으로 3000원 올랐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2월 하순 평균 8400원으로 거래되던 가격이 3월 상순 9000원대로 600원 정도밖에 오르지 못했다.
청경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 2월 하순 4㎏들이 상품 한상자가 7300원에 매매됐는데 3월 상순에는 6100원으로 되레 1200원이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00원에서 8500원으로 3000원이나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열매채소류의 가격부진도 비슷하다. 애호박은 상품 20개들이 한상자 가격이 지난해 2월 하순~3월 상순 사이 2만1400원에서 2만3300원으로 1900원의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1만8700원에서 1만7500원으로 1200원 떨어진 상태다.
<백다다기> 오이는 상품 100개들이 한상자가 지난해 4만7100원에서 4만8400원으로 1300원이 오른 반면 올해는 4만3700원에서 4만1600원으로 2100원이나 하락했다.
박영주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소비부진으로 잎채소류와 열매채소류 등의 시세가 지난해보다 대체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올겨울 포근한 날씨 탓에 3월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학교급식이 시작됐음에도 시세 반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상추·청경채·애호박·오이 등의 가락시장 출하량은 산지 생산량 증가로 3월 들어 적게는 8%, 많게는 28%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방승현 중앙청과 경매사는 “개학을 하면 농산물 소비량이 늘어 시장 거래가격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올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