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초부터 외국산 닭고기 관세 0% 적용 추진=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부터 정부 비축물량(토종닭) 1400t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값에 긴급 방출키로 했다. 또 생산자단체와 협의해 민간 비축물량 1만500t도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공급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관계부처와 협의해 4월 초부터 외국산 닭고기에 대한 18~22.6%의 할당관세 대신 한시적으로 0%를 적용하기로 했다. 무관세로 들여오면 브라질산 닭고기의 수입 가격이 1㎏당 1750원에서 1450원으로 낮아져 국내 시장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당장 국내 닭고기 수급에 차질은 없지만 육계값이 크게 오를 이상징후가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AI 발생과 미국산 닭고기 수입 중단에 편승해 닭고기 가격을 인상하려는 업체와 시장의 움직임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 3월 사육마릿수는 예찰지역 내 병아리 입식금지로 2016년 12월보다 7.7% 줄어든 8100만마리로 추정된다. 하지만 AI 발생 이전인 2016년 9월의 7642만마리에 비해선 6% 많아 당장 수급엔 문제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육계값은 급등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0일 기준 육계 산지값은 1㎏당 2327원으로 한달 전(2165원)보다 7.5%, 2016년 3월 평균(1373원)에 비해선 무려 69.4%나 올랐다. 이런 영향으로 소비자가격도 최근 1주일(3월6~10일)간 5.7%나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8일 육계 생산자단체와 계열화사업자에 공문을 보내 가격인상을 자율적으로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닭고기 수입 방침 즉각 철회를=육계 생산농가의 반발이 거세다. 지금 육계값이 오르는 상황은 AI 여파로 빚어진 일시적인 현상인데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까지 수입하면 농가 피해만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산지농가는 “육계값이 폭락할 땐 관심도 없다가 공급량이 조금만 부족하다 싶으면 관세를 깎아주면서 수입에 나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질타했다.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과 정병학 한국육계협회장은 “수입을 통한 해결방안은 만능이 아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무관세 닭고기 수입 계획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된 지역에서 병아리를 입식해 큰 닭으로 출하하는 데 필요한 30일이 지나면 닭고기 공급은 원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회장은 “계열업체 및 농가가 닭고기를 하루빨리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께서도 조금만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육계협회는 농가와 회원사·유통업체가 육계 산지값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데 앞장설 것을 결의한 바 있다.
김태억·최문희 기자 eok112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