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전문가들은 구제역 재발 방지를 위해 ‘축산농가의 방역의식 제고(40%)’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로 백신접종이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구제역 발생농가 중 대부분은 항체 형성률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현주 전북 정읍시 가축방역팀장은 “구제역 방역은 철저한 백신접종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농가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장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발생 농장”이라며 “축산농가가 가장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축산농가라는 얘기다.
‘방역 전담기구 신설(16%)’ 과제가 뒤를 이었다.
박최규 경북대 수의대 교수는 “방역당국(농림축산식품부)에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방역 전담부서(가축방역국 또는 가축방역청)가 없고, 비전문가가 초기 방역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번번이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면 하늘가축병원장도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에 의한 전략적인 방역 정책을 세워야 하고 국방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와 협업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가축질병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밀집사육 등 전근대적 가축 사육환경 개선(12%)’과 ‘방역인력 보강(12%)’은 세번째 과제로 제시됐다.
곽금순 한살림연합 상임대표는 “밀집 사육과 공장식 축산을 지속하는 한 피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축산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박최규 교수는 “중앙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력 부족으로 방역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지자체의 방역 전담부서 강화와 인력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전염병은 국가의 책임 아래 수의사가 예방 접종을 하고 관찰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이번 설문 결과 구제역 재발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방역제도로는 ‘가축질병 공제제도(25%)’가 꼽혔다. 이어 ‘삼진아웃제(15%)’와 ‘가축방역세·동물인증복지·지역별 방역기동대 설치(각 1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AI
전문가들은 AI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 ‘밀집사육 등 전근대적 가축 사육환경 개선(35%)’을 제시했다. AI가 철새도래지 인근지역과 대단위 밀집 사육지역을 비롯해 비닐하우스에서 오리를 키우는 농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경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연구소 해외전염병팀장은 “현재의 밀집사육 축사구조는 질병 발생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보호팀장도 “계열회사와 농가 모두 사육 형태를 개선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정문성 ㈜하림 부사장은 “이번 AI는 오리와 달걀을 낳는 닭에서 90% 이상 발생했다”며 “이들 가축에 대한 맞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축산농가의 방역의식 제고(23%)’가 두번째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축산농가가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방역 대책이라도 무용지물이란 이유에서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정부는 방역 기준을 제시하고 농가는 실질적인 방역을 책임진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농가 스스로 자신의 농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농장과 계열회사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방역 전담기구 신설(15%)’ 과제가 그 뒤를 이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AI는) 전문성 있는 중앙방역기구가 없어 초기에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방역 전담기구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역제도 전면 개편(12%)’ 과제는 네번째 순위에 올랐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AI 발생 후 우리나라는 전체 산란계 중 30%를 살처분하고 신선달걀 수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며 “이제는 예방적 살처분 정책이 아닌 ‘링백신’과 같은 제한적 백신 정책의 활용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링백신은 발생농가의 주변 농장에 백신을 접종한 후 관리하는 방법이다.
이밖에 방역인력을 보강하고, 농가 단위나 지역별로 전문가에 의한 질병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또 AI 재발 방지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방역제도로 ‘휴업보상제(26%)’를 꼽았다. 다음으로 ‘삼진아웃제·가축방역세·축산농장 집단화(각 13%)’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과 지역별 방역기동대 설치(9%)’ 등이 뒤를 이었다.
김태억·최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