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 소득 변동성 적고 재배 수월=2016년 쌀농가의 소득(재배소득+직불금)은 1㏊당 740만5897원으로 2015년(760만9281원)에 비해 2.6% 하락했다. 경영지표도 악화됐다. 총수입에서 생산비를 뺀 순수익은 1㏊당 181만8250원으로 2015년에 비해 무려 40% 가까이 곤두박질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벼농가들은 십수년째 뒷걸음만 치는 쌀값으로 인해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농가가 벼농사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쌀소득의 변동성이 다른 작물보다 적은 데다 쌀을 대체할 마땅한 작목도 없기 때문이다. 재배도 비교적 수월하다. 10a당 노동 투입시간이 9.54시간으로 타작물에 비해 크게 낮다. 무논점파를 실천할 경우 7.36시간까지 떨어진다. 또 부족한 소득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는 직불제도 다른 작목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이유로 “그래도 쌀농사가 손해를 덜 본다”는 인식이 농가들 사이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예산과 홍보도 부족=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예산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정부는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생산조정제 예산(904억원)이 재정당국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자 지방자치단체에 그 역할을 떠넘겼다. 지자체별로 감축 면적을 할당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올해 이를 위해 반영한 예산은 700억원 정도이고 그나마 논에 타작물 재배 때 1㏊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직접 지원성 예산은 26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특수미 생산단지 육성, 논 타작물 재배를 위한 기계화 지원, 화학비료 감축을 위한 볏짚환원사업 등 간접지원사업이다.
정부의 홍보가 부족한 것도 벼 재배가 줄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이번 농경연의 조사 결과 다수확 품종인 <호품> <황금누리>가 올해부터 보급종 및 공공비축미 수매 품종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농가가 46%에 달했다. 논에서의 타작물 재배 확대를 위해 올해 정부가 논콩 1만t을 별도로 배정해 수매한다는 것을 아는 농가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말로는 벼 재배면적을 감축한다고 하면서 관련정책을 홍보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책은=상황이 이러니 양정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조정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새롭게 내놓을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급한 대로 모내기 이전까지 지자체와 함께 기존에 지자체별로 할당된 면적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다수확 품종을 공공비축미 수매 품종에서 지속적으로 제외해 나간다. 올해 보급종 및 공공비축미 수매 품종에서 <호품>과 <황금누리>를 제외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새누리>와 <운광>도 뺀다는 계획이다. 논에 타작물 재배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정부의 콩 수매 물량에서 논콩에 한해 1만t을 별도로 배정하기로 했다.
농가들도 질소비료 적게 쓰기 등을 실천해 쌀 고품질화 및 생산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부터 쌀 등급제가 본격 시행되고 고품질쌀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부터라도 생산조정제를 도입하고, 논에서 벼 대신 타작물을 생산해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생산 비연계’ 방식의 직불금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변동직불금을 수급하는 모든 농가에 일정 면적에 대한 휴경을 의무화하는 ‘생산조절형’ 직불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