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서 블루베리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는 조진기씨가 우박으로 천장이 뚫린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② 우박 피해를 입은 수박밭. ③ 전남 순천에 내린 우박으로 피해를 본 고추밭.
남우균·오영채 기자 wknam@nongmin.com
“몇년 애써 키운 무농약 복숭아가 하루아침에 피해를 봤어요. 이를 어쩌나요.”
전남 순천시 월등면 대평리에서 무농약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배회춘씨(58)는 1일 아침, 농장에 가득 쌓인 우박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5월31일 저녁에 내린 우박으로 복숭아밭 1㏊에 피해를 본 그는 “몇년 동안 가꿔온 복숭아밭이 우박으로 큰 피해를 봐 친환경농업의 기틀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 쉬었다.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에서 딸기·멜론 시설농사를 짓고 있는 정병수씨(69)도 우박 피해를 봤다. 정씨의 비닐하우스 8동은 탁구공만 한 우박을 맞아 곳곳에 어른 주먹 크기의 구멍이 났다. 정씨는 “불행 중 다행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인근 농가의 80% 정도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5월31일 전남 동부쪽에 지름 5~7㎝의 우박과 돌풍으로 순천시 월등, 곡성군 겸면, 담양군 용면·금성, 장성군 북이·북하 지역 1635㏊에서 과수 낙과 및 농작물 손상 피해가 발생했다. 품목별로는 매실 585㏊, 배 224㏊, 사과 120㏊, 단감 149㏊, 복숭아 120㏊, 밭작물 309㏊ 등이다. 비닐하우스 48동, 주택 5동, 축사 3동도 파손됐다.
양용호 담양 금성농협 조합장은 “우박 알갱이가 굵어 피해가 더욱 커졌다”며 “비닐하우스 곳곳에 구멍이 나 농작물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닐을 시급히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도 순창군 복흥·쌍치·금과지역에 5월31일 방울토마토만 한 우박이 쏟아져 수확을 앞둔 오디·복분자·블루베리·매실 등이 큰 피해를 봤다. 군은 1일 기준 금과지역 69농가 33.7㏊, 복흥지역 45농가 23.6㏊, 쌍치 3농가 1.8㏊ 등 우박 피해는 117농가 59㏊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읍시 1㏊, 고창군 2㏊ 등 전북지역의 우박 피해는 62㏊에 달한다.
충북 일부지역에서도 큰 피해가 잇따랐다. 1일 제천시와 단양군 등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지름이 동전만 한 우박이 쏟아졌다. 우박은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단양군 가곡·어상천면 등에 집중됐다. 제천지역만 해도 이번 우박으로 인해 30㏊ 규모의 농산물이 훼손되는 피해를 봤다.
강원지역도 1일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함께 우박이 쏟아지면서 8개 시ㆍ군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내린 우박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2일 오후 5시 기준 횡성군 108㏊, 홍천군 71㏊, 양구군 40㏊, 원주시 38㏊, 정선군 19㏊, 영월군 11㏊, 평창군 3㏊, 삼척시 1㏊로 291㏊에 이르며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천군에서 더덕·상추 6.6㏊를 재배하는 박상수씨(59·내면 자운리)는 “어제 상추를 수확하고 있는데 오후 2~3시께 갑자기 구슬 크기의 우박이 내리쳐 수확하지 못한 1.6㏊의 상추가 다 찢어지고 망가져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고석원씨(49·내면 율전1리)도 “30년간 농사 지으며 이런 우박은 처음”이라며 “고추는 순이 다 잘려나가고 쌈배추는 구멍이 숭숭 나 1.9㏊ 규모의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