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녕군 대지면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최옥순씨(맨 앞)가 인부들과 함께 양파를 수확해 망에 담고 있다.
“양파 구가 커져야 할 시기에 비는 안오고 기온은 높아 양파 수확량이 크게 줄었어요.”
9일 오전, 양파 시배지이자 주산지인 경남 창녕지역에서는 중만생종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양파를 망에 담는 농민들의 얼굴에는 실망과 함께 근심이 가득했다. 빨간 망에 가득 담긴 양파가 줄지어 서 있는 밭에 들어가보니 양파의 크기가 작고 모양도 고구마처럼 길쭉한 게 대부분이었다.
대지면에서 3636㎡(1100평) 양파농사를 짓는 최옥순씨(56·왕산리)는 “보통 3.3㎡(한평) 수확하면 20㎏들이 한망 반이나 두망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한망도 나오지 않고, 중·하품이 80%나 된다”고 속상해했다.
4628㎡(1400평) 농사를 짓는 성홍경씨(68·효정리)는 “양파밭 1818㎡(550평)를 먼저 수확해보니 20㎏ 기준으로 600망밖에 안 나왔다”며 “2016년 850망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3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창녕지역의 양파 재배면적은 915㏊로 지난해의 1051㏊보다 136㏊ 줄었다. 지난해 아주심기(정식) 시기에 비가 많이 와 포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양파를 심다보니 결실률도 높았다. 초기작황은 좋았으나 4~5월 고온건조한 날씨로 줄기가 빨리 마르고 쓰러져 수확시기를 일주일 정도 앞당겼다.
윤종환 창녕군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은 “지난해에는 10a(1000㎡)당 평균 7800㎏을 생산했는데 올해는 6000㎏도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희식 창녕농협 대지지점 과장은 “올해 전반적으로 양파 수확량이 줄었고 구도 길쭉하게 빠져 중·하품 비율이 높다”면서 “직경 8㎝ 이상 되는 상품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80~90%에 달했지만 올해는 5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로 가격은 지난해보다 올랐지만 농민들은 인건비 등을 주고나면 오히려 손해라며 한숨을 쉬었다.
2만6446㎡(8000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손문태씨(51·장마면 강리)는 “막상 양파를 수확해보니 한평당 평균 2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예년보다 20% 이상 수량이 줄었다”면서 “도매시장에 출하해 상품은 20㎏들이 한망에 1만8000~2만원, 중품은 1만5000~1만7000원, 하품은 7000~9000원을 받았지만 생산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나니 손에 남는 게 없다”며 허탈해했다.
현장에서 만난 양파 재배농가들은 “경영비가 늘어 농가소득은 줄어드는데 가격이 조금만 오를 기미가 보이면 정부가 수입물량을 풀어 가격을 잡으려고 한다”며 “올해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근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