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농협경제지주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3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연구센터(UR)와 ‘양돈협력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영수 농협경제지주 상무, 박경아 농정원 본부장, 잭 반더 보르스트 와게닝겐 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로버트 호스터 돼지생산경제학자.
― 한국과 양돈협력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 양돈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교육과 기술교류를 활성화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모델농장을 선정·운영하고 교육·훈련을 추진한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생산성은 격차가 크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양돈농가들이 지식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농업관련 기관조차 협업과 지식공유를 안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본다.
― 업무협약은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한국 양돈농가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농장현황과 경영상태·성과 등을 기록한다.
둘째, 한국에 시범 양돈농장과 방문자센터를 설립, 운영한다. 양돈설비를 설치하고 사료를 통일해 유전형질이 같은 돼지를 사육한다. 모델농장의 운영목적은 한국농가들이 원격영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축산설비가 한국에 맞는지 확인하고 변경을 검토하는 데도 활용할 것이다.
셋째, 네덜란드에 한국 양돈농가를 위한 교육훈련 과정을 개설한다. 2018~2020년 연간 농민 10명, 지도요원 10명씩 모두 60명을 네덜란드로 불러 6~10일의 일정으로 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또 주제별로 10개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전문가 1명과 함께 토론과 논의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넷째, 정보를 공유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농가와 농가, 농가와 도축장을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식품 안전관리를 학습하도록 할 예정이다. 도축장의 요구사항을 농가에 전달해 사양관리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섯째, 성과를 측정한다. 어느 분야에서 성과가 나왔는지 분석한다. 여섯째, 경영을 평가한다. 경영분석을 통해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네덜란드 기술이 한국에 제대로 접목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 네덜란드와 한국 양돈농가간 생산성 차이의 원인은 무엇인가.
▶양돈 생산성 지표인 어미돼지 한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MSY)는 네덜란드농가가 평균 28~29마리이다. 한국농가는 평균 18마리로 70%에도 못 미친다. 한국 양돈농가의 생산성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양돈농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는 7가지다. 첫째, 농가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경영능력, 농장규모, 현대화 수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경영정보시스템(MIS)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5000농가 가운데 300농가만 MIS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셋째, 양돈농가간 협력도 중요하다. 스터디그룹을 조직하거나 협동조합에 참여해야 한다. 넷째, 외부 투입이나 영향도 잘 살펴야 한다. 동물 건강이나 질병 문제 때문이다. 한국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발생이 반복되고 있다. 질병의 예방관리는 정부 역할도 필요하지만 해당농가의 위생관리가 더 중요하다. 다섯째, 양돈 공급체인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다른 농가와 협력해 공급을 체인화해야 한다. 여섯째, 사회·정부·소비자의 요구도 반영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한국산 돼지고기를 선호하지만 축사 민원이 생기거나 정부지원이 너무 많으면 불만을 갖는다. 일곱째, 수익성과 매출을 확보해야 한다.
― 한국 양돈의 취약점을 꼽는다면.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 보면 돈사도 쾌적하고 유전형질도 좋은데 성적이 안 좋은 경우가 있다. 사양관리에 구멍이 생긴 사례다. 제때에 조치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농가들도 많지만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운영하는 농가는 적다. MIS를 쓰는 농가가 많지 않다. MIS를 활용하고 지식정보를 공유해야 생존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소규모 농가를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앞서 말한 7가지 경쟁력 평가요소를 활용해 양돈농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규모화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에서는 양돈농가 한명이 2~3명을 고용해 어미돼지는 1000~1500마리, 비육돈은 2만마리를 키운다. 한국은 고령 농민이 많다. 그래서 정부가 20년 후 어떻게 양돈산업을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선도농가 육성과 질병관리에 필요한 재정확보도 중요하다. 지도사업 수준을 높여 양돈농가별 격차도 줄였으면 좋겠다.
― 네덜란드는 양돈 질병관리를 어떻게 하나.
▶1997년 돼지역병 발생 후유증으로 양돈농가가 많이 줄었다. 이 사건이 양돈 질병관리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때까지는 돼지 거래시스템이 얽히고설켰다. 그 후 복잡한 구조를 청산했다. 어미돼지 번식농장은 번식용 돼지를 사야 하는데, 1년에 2농가 이상에서 살 수 없도록 제한했다. 감염문제 때문이다. 번식용 돼지는 3농가까지만 팔도록 한정했다. 또 비육돈농가는 새끼돼지를 3개월 이내에 2개 업체 이상에서 구입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리고 유통하는 돼지는 이동등록을 하도록 했다. 추적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돼지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생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귀표를 붙여 위생을 철저히 관리토록 했다. 돈사 칸막이는 나무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토록 했다. 나무는 물을 먹으면 균이 침투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농장출입 위생관리도 개선했다. 입구에 샤워시설을 설치, 샤워를 한 뒤 위생복을 입고 장화를 신어야 농장 출입이 가능하다.
― 질병관리 기준을 어기면 어떻게 되나.
▶돼지 이동경로 파악은 의무사항이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기록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하고 어기면 벌금을 부과한다. 출입 위생관리 샤워시스템 도입은 자유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위생관리가 잘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돼지를 출하할 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 한국은 네덜란드와 기후가 달라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지 않나.
▶기후 조절도 가능하다. 지하환기파이프 시스템을 도입하면 된다. 대형 파이프를 농장 땅속에 깊게 묻어 지하공기를 환기시키면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에 도움이 된다. 지열냉난방 시스템인 셈이다.
― 한국 양돈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한국 소비자들이 자국산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한국산 삼겹살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고, 비싸도 사먹으려는 풍토도 형성돼 있다.
단점은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해 농가간 상호 교류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농가간 빈부격차도 크다. 하지만 젊은 농가들은 인터넷 세대인 만큼 정보를 더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