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푸드에서 ‘반경’의 정의는 제각각이다. 미국은 로컬푸드의 반경 기준을 일반적으로 640㎞로 잡고, 경우에 따라 160㎞를 주장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가 약 140㎞이니 미국의 어떤 기준을 택하든 우리나라 농산물 대부분은 로컬푸드인 셈이다. 이처럼 좁은 나라에서 로컬푸드를 행정구역 단위로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제 기존의 로컬푸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예컨대 경기 양평 깻잎을 양평 사람들이 소비하고, 충북 음성 깻잎을 음성 사람들이 소비토록 하는 것을 로컬푸드 운동의 최종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서울의 소비자가 깻잎을 구매할 때 양평 깻잎과 음성 깻잎이 다른 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깻잎은 일상재가 아닌 지역 브랜드 상품이 되는 동시에, 농산물의 다양성도 증가한다. 여기에 ‘양평식 깻잎찜’을 할 때는 양평 깻잎을, 삼겹살을 싸먹을 때는 음성 깻잎을 선호하는 방식의 식문화까지 생긴다면 지역 농산물은 더 큰 시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미 이웃나라 일본은 마트에서 식문화별로 각 지역의 농산물을 구분해 진열·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미래의 로컬푸드는 단순한 거리의 개념이 아닌 다양한 지역별 식문화에 초점을 맞춰 발전시켜야 한다. 각 지역의 개성이 담긴 식문화는 원재료인 그 지역의 농산물을 특별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전북 순창의 감 장아찌, 제주 우도의 냉땅콩국수를 먹으면서 해당 지역의 감과 땅콩에 특별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소비자들은 감 장아찌를 담글 때 자연스럽게 순창 풋감에 대한 구매 욕구를 느끼고, 냉땅콩국수를 만들어 먹으려고 우도 땅콩을 찾을 것이다. 진짜 감 장아찌를 담그기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순창 풋감은 다른 감과는 달리 ‘순창’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타지로 가고, 우도 땅콩은 진짜 우도 방식의 냉땅콩국수를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그냥 땅콩이 아닌 ‘우도’라는 꼬리표를 달고 전국의 외식업체로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지역 농산물의 다양성이 증대되면 가격은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게 된다. 어느 지역의 농산물인지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되므로 소비자들은 기꺼이 값을 더 지불할 이유가 생긴다. 다양성의 힘이다. 미래 로컬푸드의 가치는 이런 다양성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