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갑자기 불어난 빗물로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병천천 제방둑이 무너지면서 이 일대 시설하우스 단지가 수마에 휩싸였다. 물이 빠진 17일 오전 하우스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다.
17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산리의 김경구씨(53)는 진흙으로 뒤덮인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하우스 17동에 심은 오이는 이달 말부터 수확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날 오전 쏟아진 집중호우는 김씨의 하우스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김씨는 “오이가 24시간 동안 물에 잠겨 곧 고사할 것 같다”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잎에 묻은 진흙을 닦아낼 생각”이라며 한숨지었다.
바로 옆에 있는 인삼밭도 진흙 범벅 그 자체였다. 인삼잎이 진흙과 뒤엉켜 있고 골망엔 아직도 흙탕물이 흘렀다. 이곳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김병전씨(40)는 “물에 잠긴 인삼은 뿌리가 썩어들기 마련”이라며 “모조리 갈아엎고 재파종을 하고 싶어도 토양 속에 뿌리를 썩게 하는 균이 남아 재파종을 할 수도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9900㎡(3000평) 인삼밭에 파종비와 인건비, 차광막 등을 갖추는 데 7000만~8000만원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갑자기 불어난 물로 제방이 붕괴되면서 하우스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쓸려내려간 곳도 보였다. 병천천 제방둑이 무너지면서 장산리 하우스단지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이곳에 있는 하우스 수십여동이 쓸려내려간 것. 그나마 남아 있는 하우스의 작물도 빗물에 모조리 쓸려나갔다.
이곳 농민들은 “16일 오전 제방둑이 무너지면서 흙탕물이 한꺼번에 하우스 단지를 덮쳤다”며 “둑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병천천이 범람해 마을로 흘러들어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면과 병천면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천안지역은 16일 폭우로 1429농가의 농작물 1057㏊가 침수되고, 농경지 165㏊가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자신을 아우내농협 이사라고 소개한 한 농민은 “언론에는 천안지역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도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