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만 해도 하루 3만상자(4㎏들이) 이상 출하되던 상추가 최근에는 1만5000상자로 줄었습니다. 상추뿐 아니라 모든 잎채소류가 덥고 습한 날씨를 버텨내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고온과 장마가 이어지면서 잎채소류 생산량이 감소하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잎채소류는 유독 고온다습한 날씨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장마철만 되면 잎채소류의 출하량이 현저히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가락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13~19일 가락시장의 상추 거래량은 하루평균 60t으로 한달 전인 6월13~19일보다 40%가량 줄었다. 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19일 청상추 4㎏들이 상품 한상자의 평균 거래가격은 6만652원으로 6월 중순보다 6배가량 올랐다.
이런 추세는 상추뿐 아니라 시금치·청경채·근대·로메인·아욱·치커리 등 시설에서 재배하는 잎채소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시금치는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출하량이 31t으로 전달 같은 기간(70t)보다 56% 줄었다. 청경채와 근대도 38t, 17t을 기록하며 출하량이 6월보다 각각 27%, 25%씩 감소했다. 반면 가격은 2~3배나 올랐다.
곽종훈 동화청과 경매사는 “더운 날씨 속 장마와 폭우 때문에 잎채소류 주산지인 충청·경기지역의 출하량이 대폭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의 작황도 부진한 탓에 지방의 수요가 가락시장으로 많이 몰리면서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생산농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었을 뿐 아니라 상품성 유지가 까다로워 출하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30년째 상추와 시금치를 재배하는 노희관씨(50·경기 이천)는 “30℃ 이상의 낮 기온이 5일만 지속돼도 상추는 물량이 반토막 나고, 시금치는 말 그대로 녹아내려 관리가 안된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인건비·자재비 등은 계속 오르는 불리한 조건에서 생산량 급감에 따른 일시적 농산물 가격 상승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포장과 출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른바 ‘녹아내린다’라고 표현하는 부패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인 만큼 출하품의 신선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곽 경매사는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상자포장을 하는 것이 부패 원인 중 하나”라며 “신문지 등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통풍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우 서울청과 경매사는 “아깝더라도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따로 빼거나 출하를 안하는 게 좋다”고 얘기했다. 그는 또 “주말에 이틀치 물량을 출하할 때는 전일·당일 작업분을 구분포장해야 제값을 받는 데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장마가 끝나더라도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출하량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방승현 중앙청과 경매사는 “비가 많이 온 뒤 햇볕이 쏟아지면 잎이 얇아지는 탓에 출하물량이 줄어든다”며 “8월까지는 물량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고, 덩달아 시세도 높게 형성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