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봇물 터진 농식품 수입 농림축산물 수입액 최근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어 FTA 체결 확대로 관세 인하 지속되고 비관세 장벽도 하나둘 붕괴 수입 농식품 접하기 쉬워져 소비자 거부감 감소 국산 농산물 식품안전사고도 수입 증가 부추겨 2007년 161억8253만달러였던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그동안 몇차례 등락이 있긴 했지만 계속 증가해 2017년 322억9356만달러를 기록했다. 10년 사이 2배 가까이나 늘어난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시장개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의 국산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만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 농림축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가 지속되는 데다 비관세 장벽도 하나둘 없어지고 있어 앞으로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개방 갈수록 확대=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많은 FTA를 체결했다. 2004년 4월1일 발효된 한·칠레 FTA를 포함해 현재까지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했다. 이들 FTA는 모두 발효된 상태이고, 해를 거듭할수록 시장개방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협상 이전 단계인 FTA까지 합하면 34건(76개국)에 달한다.
이에 따라 농식품 수입은 그야말로 봇물 터진 격이다. 2017년 농림축산물 수입액 322억9356만달러 가운데 FTA 체결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비중이 84.7%나 된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모두 타결되면 이 비율은 96.7%로 올라간다. 수입 농림축산물의 거의 대부분이 FTA 체결국으로부터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수입 농림축산물 가운데 4분의 1가량(24.2%)을 차지하는 미국산의 경우 한·미 FTA 발효 6년이 지나면서 수입이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산 과일의 경우 2017년 수입액이 6억3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4%나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액도 각각 21.3%, 15.7%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FTA 이행 연차가 쌓일수록 관세가 인하되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FTA 발효 전 40%였던 관세는 15년에 걸쳐 매년 2.6%포인트씩 감축돼 2026년엔 완전히 철폐된다. 비관세 장벽도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산 가금·가금육에 대해 지역화를 인정함에 따라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도 발생 주(州)의 가금·가금육에 대해서만 수입 금지를 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닭고기 등의 수출에 날개를 단 셈이다.
◆수입 농식품에 대한 거부감 줄어=인터넷 발달과 해외여행 증가로 소비자들이 수입 농식품을 접하기가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해외 직구 금액은 21억1000만달러(2359만건)를 기록, 처음으로 2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6년 대비 건수는 35.6%, 금액으로는 29.1%나 증가했다.
해외 직구 제품 가운데 건강식품이 422만5000건(32%)으로 1위를 차지했고, 가공식품·곡물 등이 포함된 기타식품이 162만건(12%)으로 2위였다. 해외여행 때 열대과일 등을 맛보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수입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감소하고 있으며, 반대로 국산에 대한 충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개최한 ‘2017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발표대회’ 자료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서 쇠고기의 경우 국민 절반 이상인 51.9%가 호주산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0년 이내에 가공식품의 외국산 원료 10%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겠다는 ‘10-10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것도 농식품 수입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문 등과 같은 식품안전사고도 농림축산물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지성태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국산 농식품은 외국산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는 크게 밀리지만, 안전성 등 품질면에서는 우수하다고 인식되고 있다”며 “만약 안전이나 품질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되면 국내산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