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 회화면 삼덕리 배팔랑씨(오른쪽)가 인근 터널 발파공사로 소 한마리가 사산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축사에서 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희망취재] 국도건설 소음·진동 피해 호소 축산농가들<경남 고성>
소 유산·사산 등 이상 증세…축사·창고 균열도
회화면 삼덕리 치명마을 인근 고성~마산간 도로공사 한창 터널 발파작업 후 피해 잇따라
시공사는 “법적 결과만 수용” 농가, 환경분쟁조정위에 진정
“동네사람들이 모여 터널 발파공사에 항의하는 날에도 우리 집 소가 피를 흘리며 유산기를 보였습니다.”
경남 고성군 회화면 삼덕리에서 소 5마리를 키우는 배팔랑씨(75)는 “인근 공사장의 발파소음 때문에 소 한마리가 사산을 하고 다른 한마리는 피를 많이 흘리는 등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배씨가 사는 치명마을 인근은 현재 고성·죽계~마산·진전간 국도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2017년 11월말께부터 나타났다. 터널을 뚫기 위해 발파작업을 하자 인근의 축사에서 소들이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이다.
배씨는 “당시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번 발파작업이 시작되면 ‘쿵’ 소리와 함께 건물 미닫이문이 흔들렸다”면서 “결국 12월초에 소 한마리가 5개월 남짓 된 죽은 송아지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동으로 축사와 창고에 균열이 가고 천장 패널이 비틀어졌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내린 비로 창고 안의 농기구가 다 젖었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공사 후부터 소들이 설사를 하고 사료도 먹지 않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자 가축병원의 도움을 받아 주사를 놓았다.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배씨는 “소 뒷다리에 차여 다치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러한 상황을 시공사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었다.
인근의 또 다른 축산농가 김추기씨(47)도 같은 피해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55마리의 소를 키우는 김씨는 사산·유산한 소가 4마리다. 김씨는 “혹시 브루셀라병으로 죽었는지 확인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판정받았다”면서 “증거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문씨(60)도 같은 피해를 봤다. 55마리의 소를 키우는 이씨는 송아지 1마리를 잃었다.
이씨는 “유산뿐만 아니라 수정이 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평소 같으면 벌써 10여마리가 임신을 했어야 하지만 발정기에도 수정이 되지 않아 임신한 소가 한마리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반이 뒤흔들렸는지 지하수를 받아놓은 물탱크에 흙탕물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민원인들의 요구를 받아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면서 “소송이든 분쟁조정이든 법적 절차를 거친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군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면서 “다만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양쪽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민원을 받으면 조사와 조정회의를 거쳐 배상 여부 결과를 양쪽에 전달한다”면서 “중재결과에 대해 60일 이내 이의제기가 없으면 위원회 권고에 따라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