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지역의 작은영화관인 산천어시네마에서 마을주민들이 티켓 구매를 위해 상영 안내판을 보고 있다.
농촌주민 문화갈증 해소 ‘작은영화관’ 가보니…
강원 횡성시네마 지난달 개관 한달여간 관람객수 7000명
화천지역엔 3곳…인기 만점
공익성 우선…적자 못 면해 운영자가 손실 떠안는 건 애로
“여기선 최신작을 상영한대. 이제 영화 보러 멀리 갈 일 없겠어.”
강원 횡성지역에 2월14일 처음으로 영화관이 들어섰다. 이름은 ‘횡성시네마’. 건물 준공식이 있던 이달 22일 지역주민 한기영씨(76)는 영화관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씨는 “지역에 영화관이 없어 그동안 원주까지 가서 영화를 관람했다”고 밝혔다. 함께 온 권오송씨(78)도 “집에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개관 기념 무료 상영기간엔 좌석이 꽉 들어찼다”고 말했다.
횡성시네마는 횡성군이 주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세운 영화관이다. 극장이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작은영화관’ 건립사업에 참여해 개관했다.
횡성시네마는 1관 87석, 2관 49석 등 2개 상영관과 매점·휴게시설 등을 갖추고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군은 2월 개관 이래 한달여간 관람객수가 7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섯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김정미씨(40)는 “최신작 위주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료도 성인 기준 6000원으로 저렴해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은 2014년 작은영화관을 개관했다. 군내에서도 주민들의 활동범위가 다른 점을 감안해 화천읍(산천어시네마)·사내면(토마토시네마)·상서면(DMZ시네마)에 각각 100석 안팎의 극장을 건립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번기나 평일 낮엔 관람객이 뜸하지만 성수기나 주말엔 예약하지 않으면 관람이 어려울 정도다.
주민지씨(35)는 “과거엔 영화 한편 보려면 춘천까지 나가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는데 작은영화관이 생기고는 그런 문제가 해소됐다”며 “영화관이 있는 읍내를 중심으로 상권도 활성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관 근처에서 모임을 하고 단체로 영화관람을 하는 것도 지역의 새로운 문화가 됐다. 문재희 산천어시네마 선임은 “학교·유치원·군부대·농민회 등에서 10인 이상 단체관람을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상영해준다”고 설명했다. 문 선임은 “농민이나 노인들의 문화욕구가 낮을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라며 “다양한 연령대의 농민과 연세 지긋하신 노부부들이 영화관을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자녀나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신성숙씨(52)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가 있으면 미리 알려드리고 승합차로 10명정도 모시고 와서 함께 본다”며 “70~80대 어르신들이 <비밥바룰라>와 <궁합>을 아주 재미있게 보시더라”고 했다. 한 70대 할아버지는 “예전엔 사극영화만 고집했는데 막상 자녀들 손에 이끌려 외화를 관람했더니 그것도 아주 볼만하더라”며 “이젠 자막 있는 영화도 거부감없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작은영화관 관람료는 2D 6000원, 3D 8000원 수준이다. 구내매점의 팝콘세트는 2인용이 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공익성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다보니 화천군 3개 극장은 개관 이래 줄곧 적자를 냈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 적자도 그만큼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극장 운영을 위탁받은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작은영화관사업이 문화사각지대인 농촌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점에선 성공적”이라면서도 “발생하는 손실의 일부는 운영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