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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느려도 괜찮아…완행버스로 서울~부산 다녀왔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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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명 | 농업기술센터 | 등록일 | 2018-04-10 | 조회 | 3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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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농민신문
느긋하게 달리는 앞차 따르며 구불구불 주행하는 버스 덕분에 환승 놓칠 뻔한 위기 겪었지만 소담하게 핀 봄꽃·맑은 호수 등 몰랐던 시골 풍경 눈에 들어와 정겨운 할머니·할아버지 손님과 인생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건 덤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한다. 느릿느릿 완행버스를 타야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떠나보기로 했다. 새벽 3시. 서울 사당동에서 경기 수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으로 여행이 시작됐다. 가부터 덤프트럭 한대가 버스 앞에서 거북이주행을 했다. 서울이라면 앞질러 갔을 텐데 왕복 2차로 산길에서는 뒤를 졸졸 쫓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괄약근에 힘이 들어갔다. 반면 장바구니며 배낭이며, 새벽부터 짐을 잔뜩 들고 버스에 오른 시골 승객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그들을 따라 억지로 웃어봤지만 역부족. 쓴웃음만 났다. 버스는 가까 스로 제시간에 도착했다. 부리나케 달려 정차해 있던 버스로 갈아타는 데 성공했다. 당장 부산에 도착하기라도 한 듯 기뻤다. 엉덩이에 바짝 들어갔던 힘도 그제야 빠졌다. 란 잎이 올라온 마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개울, 이제 막 꽃이 핀 진달래와 개나리가 예뻤다. ![]()
이 좌우로 흔들렸다. 이따금 포장이 덜 된 길을 지날 땐 버스가 통통 튀어올랐다. KTX였다면 푹 잤을 테지만 이리저리 들썩이는 완행버스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덕분에 산골 풍경을 눈에 많이 담긴 했다. 다. 할아버지들은 시내로 가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 자신이 앓고 있는 지병에서 누군가의 죽음으로 화제가 바뀌었다. “병화, 광희, 제광이…동네 동갑들이 다 죽었어. 이제 나하고 둘인가 남았을 걸.” 아흔 줄 할아버지들이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할아버지들이 ‘허허’ 하며 먼저 웃으니 따라 웃지 않 을 도리가 없었다. 까지는 도착해야 했다. 그런데 추풍령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속을 썩였다. “왜 남편 없이 혼자야?” “죽었어. 지난여름 에 죽었어.” “전연 몰랐네. 왜 연락을 안했어. 남편 또 죽으면 그땐 꼭 연락해, 껄껄.” 타들어가는 남의 속을 아는지 모 르는지 버스기사는 승객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여유를 부렸다. ![]()
기어코 오후 2시를 4분이나 넘겨서야 추풍령터미널에 도착했다. 포기하려던 차에 11-6번 버스가 뒤따라 들어왔다. 평소보다 조금 늦었단다. 언젠가 시골 어르신들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20분이고, 30분이고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기다리던 버스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할 때 어르신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버스 안 승객들 역시 늦 게라도 온 버스가 반가웠는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며드는 거름 냄새마저도 향긋했다. 완행버스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풍경과 냄새였다. KTX와 고속버스를 두고 굳이 완 행버스로 여행한다는 이들이 조금은 이해됐다. 을 향해 출발하는 심야버스에 올랐다. 심야버스는 곧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어둡기도 했지만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버스 창밖으로는 볼거리가 없어서 곧 잠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구불구불 시골길을 느릿느릿, 들썩들썩 달리는 완행 버스는 잊기 어려운 인상들을 참 많이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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