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정동호씨가 강원 춘천시로부터 농경지 사용허가를 받은 소하천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정씨는 이 땅에 대해 과도한 사용료가 부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역 연간 사용료 농지은행 등의 3~5배
해당 토지 공시지가에 용도별 일정 요율 곱해 산정
농촌지역 땅값 급상승한 곳 사용료 인상폭 매년 높이뛰기 상한도 없어 영농 안정성 저해
돈 들여 개간해도 환경 안 좋고 비닐하우스 설치 금지 등 제약
하천부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높은 사용료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농경지로 쓰이는 하천부지 사용료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이나 일반 농지 임대료의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춘천에 사는 정동호씨(62·남산면 광판리)는 2015년 시로부터 집 근처 소하천부지 9200㎡(2783평)에 대해 경작 목적으로 5년간 점용·사용 허가를 받았다. 2018년 이 땅에 부과된 연간 사용료는 409만2000원으로 3.3㎡(1평) 기준 1470원에 달한다.
반면 정씨가 농지은행을 통해 2016~2018년 3년간 임차한 비슷한 면적의 광판리 소재 농지 8600㎡(2602평)는 연간 임차료가 80만원으로 3.3㎡당 307원에 불과하다. 남산면 일대에서 일반 농지를 빌려 밭작물을 경작하는 농가들이 3.3㎡당 500원 정도의 임차료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하천부지 사용에 따른 비용이 과도하게 높은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전국 농지의 평균 임대료는 1㏊(3000평)당 240만원으로 3.3㎡ 기준 800원꼴이다.
하천은 하천법에 따른 국가하천·지방하천과 소하천정비법에 지정된 소하천으로 나뉜다. 국가하천 권역부지는 국토교통부, 지방하천과 소하천 권역부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 하천부지 점용에 대한 사용료는 하천법 시행규칙과 지자체의 조례 등에 따르며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에 용도별 일정 요율(작물경작은 2.5%)을 곱해 산정한다. 문제는 최근 농촌지역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곳이 많다보니 하천권역 임차농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 정씨에게 내준 소하천 점용·사용 허가증에 비닐하우스 설치를 금지하는 조항이 기재돼 있다.
광판리에서 소하천을 점용해 농사를 짓는 정씨의 이웃 농가도 “개인 사유지를 빌리는 것보다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하천부지를 택했지만 해마다 사용료 인상폭이 너무 크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농지은행 임대료는 관행적인 수준에서 협의해 결정하고 상한선도 마련돼 있다. 반면 하천부지 사용료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정하는 데다 상한선마저 없다보니 영농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게 농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2015~2017년 정씨의 소하천부지 공시지가는 19% 상승해 사용료도 덩달아 인상됐지만, 같은 기간 그의 농업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다. 횡성군 횡성읍 궁천리의 소하천권역에서 쌀농사를 짓는 한 농가도 “2015~2017년 토지 사용료는 10% 인상됐는데 쌀소득은 정체상태”라고 밝혔다.
게다가 소하천부지는 대부분 개울가의 척박한 땅이어서 농민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개간을 하지만 작목선정 등에 제약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영월군 김삿갓면의 한 농가는 “약 20년 전 1만2000㎡(3630평)의 소하천부지를 개간하면서 당시 금액으로 1600만원을 들였다”면서 “복토를 했지만 30㎝만 파면 자갈밭이어서 영농환경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도 “소하천 점용·사용 허가조건에 비닐하우스 설치를 금하고 있어 수천만원의 개간비를 들이고도 토마토·딸기 등 고소득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소하천부지 점용 사용료는 관련법이 정한 대로 부과하고 있을 뿐”이라며 “하천법은 비닐하우스 설치를 금지하지만 소하천정비법엔 그런 조항이 없어 담당자의 현장 확인 뒤 허가조건 변경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