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 농업인, 소비자와 함께하는 청양군 농업기술센터입니다.

참여마당

새참 만드는 부엌 풍경 엿보니…도란도란 한상 차리던 그 시절 보이네 글의 상세내용
제목 새참 만드는 부엌 풍경 엿보니…도란도란 한상 차리던 그 시절 보이네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8-05-14 조회 457
첨부  

출처:농민신문




새참 만드는 부엌 풍경 엿보니…


동네 아낙네 정겹게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 피우며 정성 담아 맛있는 음식 만들어


“배고프던 시절, 고되고 힘들었지만 맛있게 먹는 것 보면 기분 좋아져”




수박주산지인 경남 함안군 대산면 평림리 아낙네들이 조정희씨(왼쪽 두번째)네 부엌에 모여 새참 준비를 하고 있다.







“멸치 그만 무라! 똥 따라 캤더니.”



“아이고, 고놈 맛 좋네.”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조정희씨(65)네 부엌이 새참 준비로 떠들썩하다. 수박 따는 일을 하는 예닐곱명에게 제공할 새참이라 조씨 혼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조씨가 오랜만에 직접 새참을 만든다는 소식에 동네 아낙네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한 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던 옛 생각이 난 것이었다.



농촌 부엌에 아낙네들이 모여 새참을 만드는 풍경은 이제 희미해졌다. 빵과 우유 등으로 새참을 때우면 간편한 데다 부족한 일손을 보태려고 아낙네들도 부엌을 나와 논밭으로 가기 때문이다.


 





이날 새참은 조씨가 ‘예전에 새참으로 즐겨 먹던 멸치국수가 갑자기 당겨서’ 만들기로 한 것. 오랜만에 오순도순 새참을 만드니 추억이 떠올라 부엌에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한세대 전까지만 해도 좁은 부엌에 모여 수십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새참 만들기는 ‘중노동’이었다.



“가스레인지가 어디 있어. 부잣집은 석유곤로에다 하기도 했다지만 보통은 아궁이에 불 피워놓고 새참을 만들었지. 더운 김이 펄펄 피어오르는 부엌에서 온종일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폈어.”



조씨가 고생담을 펼쳐보이자 서춘조씨(70)도 한마디 보탰다.



“오전 새참 내고 설거지하면 점심시간, 그거 끝나면 오후 새참, 또 그거 끝나면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니까. 게다가 같은 걸 두번 낼 수는 없어서 오전 새참으로 국수 내면 오후 새참으로는 수제비라도 떠야 했으니까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지.”



새참을 배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새참을 이고 가다 고꾸라져 고무대야를 홀랑 엎은 일도 많았단다. 그러나 새참 만들기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배고프던 시절에 아침도 못 먹고 일 나온 사람한테는 국수가 든든한 끼니였거든.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보람 있었지. 또 새참 먹으려고 일한다는 말 들으면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조씨의 말대로 농사짓는 이들에게 새참의 의미는 남달랐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아낙네들은 몸이 힘들지언정 새참을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었다.


 







이날 10인분 남짓 국수를 만들 때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조씨는 ‘면발은 매(몇번) 빨아야 쫄깃해진다’며 찬물에 몇번이나 면을 헹궈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 면과 멸치육수, 간장과 고추장을 섞은 양념장, 고명으로 올릴 정구지(부추)무침까지 대야에 가득 채우니 새참 준비가 끝났다.


 




서춘조씨가 새참을 담은 커다란 고무대야를 머리에 이고 수박 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배달은 서씨가 맡기로 했다. 서씨는 ‘면발이 불기 전에 먹어야 한다’며 똬리 올린 머리 위로 대야를 얹고 부랴부랴 부엌을 나섰다. 예전에는 저 커다란 대야를 이고 하루 두번씩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걸었을 터. 작은 몸으로 새참의 무게를 견뎌온 여성농민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함안=양석훈, 사진=박용진 기자 shakun@nongmin.com

목록

게시판 이전 및 다음 링크
다음
이전
담당부서 :
기술보급과
연락처 :
041-940-4762
최종수정일 :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