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남 무안군 운남면의 한 주민이 축산분뇨가 버려져 있는 휴경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일대 논밭 대도시 사람들이 대거 사들여
멀리 사는 주인들 땅 관리 느슨 지역주민들 관리·대리인 자처 돈 받고 분뇨폐기 휴경지 알선
지자체 “인원 부족” 단속 난색 지하수·담수 등 악영향 심각
“인근 논밭에 버려진 돼지분뇨에서 나는 악취와 창궐한 파리떼 탓에 농사일을 할 수가 없어요. 축산분뇨 때문에 죽음의 땅이 되게 생겼다니까요.”
17일 오전 전남 무안군 운남면에 있는 1650㎡(500평) 규모의 한 휴경지에서는 심한 악취와 함께 시커먼 파리떼가 날아다녔다. 파리떼는 취재차량을 뒤덮을 정도였다. 농지 옆 하천은 파랗게 녹조가 끼었고, 농지로 들어가는 입구는 온통 돼지분뇨로 뒤범벅이 돼 진입조차 어려웠다.
이곳의 실태를 제보한 한 주민은 “2017년 겨울까지 누군가가 가까운 축사에서 가져온 돼지분뇨를 수시로 논에 버려왔다”면서 “지금은 버리는 횟수가 많이 준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자정능력을 잃은 논은 회생이 불가능한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운남면은 최근 들어 외지인들의 토지거래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군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거리제한을 느슨하게 하면서 서울 등 대도시 사람들이 논밭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 땅 주인이 논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만큼 관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 틈을 타 일부 악덕 지역주민들이 비집고 들어갔다.
이들이 땅 관리인·대리인을 자처하며 축산분뇨처리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분뇨를 폐기할 휴경지를 알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한 주민에 따르면 이들은 트럭 한대당 7만~8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와 가까운 또 다른 휴경지에는 축산분뇨를 실은 차량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분뇨처리업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다가가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논에다 거름을 주는 건데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태연하게 답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지역주민은 “분뇨 색깔이 땅색과 비슷해 논에 퍼부어도 멀리서 보면 크게 티가 나지 않을 뿐더러, 액비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아 강하게 항의하기도 쉽지 않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불법행위가 버젓이 자행되는데도 이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는 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지도·단속에 난색을 보였다.
군 산림환경과의 한 담당자는 “청계·운남·현경면과 같이 축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논밭에서 축산분뇨 악취가 심하게 난다며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면서도 “환경지도에 나갈 사람이 나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해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축산분뇨가 토양은 물론 지하수·담수·바다 등 자연환경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담수에서의 부영양화나 녹조현상, 바다에서의 적조현상이 모두 축산분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경율 (사)환경실천연합회장은 “적조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남해 연안을 조사해보면 바닷물에서 축산분뇨의 주성분인 질소와 인 성분이 다량 검출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특히 무안지역은 축사와 인근 바다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논에 분뇨를 폐기하는 축산농가와 알선·처리 업자 등에 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