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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할배 이야기] 굽은 손마디마다 굳게 박인 세월 글의 상세내용
제목 [할매 할배 이야기] 굽은 손마디마다 굳게 박인 세월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8-05-24 조회 325
첨부  

출처: 농민신문





[할매 할배 이야기] 김영희 할머니<경북 김천>


스무살도 되기 전에 결혼해 자식 건사하려 안해본 일 없어


바삐 살다보니 노는 법도 까마득 거칠어진 손 한시도 쉬지 않아

 




“아이고, 나 손 꼬라지 좀 보소. 손가락이 다 꼬부라졌네….”



한낮 햇볕이 뜨거운 늦봄 어느 날, 경북 김천의 김영희 할머니(81)는 마당에 나와 앉아 쪽파를 다듬고 있었다. 집 앞 텃밭에서 아침 내내 캐온 쪽파였다. 손가락 마디마다 울룩불룩 튀어나오지 않은 데가 없는 ‘거친’ 손으로, 쪽파의 흙이 묻든 말든 맨손으로 쪽파를 다듬었다. 쪽파를 다듬는 중간중간 할머니는 한숨처럼, 한탄처럼 자신의 ‘손 꼬라지’를 탓했다.



할머니는 스무살도 되지 않은 ‘애’일 때 시집을 왔다고 했다. 이웃 동네에 사는 친구 만나러 왔다갔다 하다가 남편을 만났다고 했다.



“만내다 봉께 좋아져서 시집을 왔지. 할아버지가 잘생겼거든.”



어린 나이에 훤하게 생긴 남편이 너무 좋았던 할머니는 친정아버지 반대를 이기고, 스물이 채 되기도 전에 시집을 왔다. 그런데 시집을 오고 보니 남편은 집도 절도 없는 데다 일자리도 없는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일도 못하고 일을 잘하지도 않았어. 벌로 시집왔지. 암것도 모르고 시집왔다고….”



정신이 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시집오자마자 낳은 첫째에 이어 줄줄이 애를 셋이나 낳은 뒤였다. 자식들 건사하고 살려면 할머니가 일을 해야 했다. 농사는 물론이고 안해본 일 없이 다 하고 살았다.



“고생 마이 했지. 돈 되는 건 다 했다. 가진 거 없다봉께 애묵어가며 산 거지 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 뜰 때 시작해 해가 진 뒤에도 쉬지 않고 일하며 수십년을 살아온 할머니는 이제 노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나는 놀지 못해, 답답해서. 일하는 게 습관이 돼서 못 놀아. 자빠져 노느니 일을 해야지, 어째 놀아.”



그래서 할머니는 오늘도 뜨거운 햇볕을 피해 처마 밑에 앉아 굽은 손가락을 빨리 놀려 쪽파를 다듬고 있다. 하나하나 깨끗하게 다듬어서 자식들에게 나눠줄 요량이다. 자식들은 편하게, 맛있게 먹으라고….



하지만 일하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거칠고 울퉁불퉁해진 ‘손 꼬라지’에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상했다. 살아오는 동안 온갖 고생의 흔적이 거기 새겨져 있는 것 같아서다. 그렇지만 쯧쯧, 혀를 차다가도 할머니는 금세 평상심을 되찾았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니까.



“요 모양 요 꼴로 팔십이 넘었으니 한심하제? 그래도 다 그래 사는 기다. 안 그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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