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1일 “농정의 두 축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사임한 지 두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인선이 안되고 있다. 한시바삐 농정공백을 원상태로 회복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농촌사회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가 제기한 청원이다. 농어연은 “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게 오랫동안 농식품부 장관과 농어업비서관을 비워둔 적이 없다”며 “농정수장 인선을 서둘러달라”고 호소했다.
농정공백 사태를 두고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것은 이 문제가 오늘내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농정수장 공백기가 가장 길었던 때는 노무현정부 첫해인 2003년이다. 김영진 당시 농림부 장관이 법원의 새만금사업 중단 결정에 항의해 7월18일 사퇴했고, 그달 24일 허상만 전 장관이 임명됐다. 6일 만이다.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이 사퇴한 지 24일로 70일을 넘겼지만, 후임 장관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하마평도 어느새 쏙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인선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금융감독원장 임명도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냐”며 “지금 농식품부 장관을 인선했다가는 야당의 공격에 어느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정공백 사태는 조만간 국회로 번질 것으로 우려된다. 20대 전반기 국회는 이달 29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논의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도 한달 이상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정부·청와대의 농정 컨트롤타워가 일시에 비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농업계는 농정수장의 공백이 길어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남북 경제협력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논의과정에서 농업계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를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 의지도 약해질 수 있다. 이재욱 농어연 소장은 “문재인정부의 관심사에서 농업이 사라진 느낌”이라며 “한국농업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을 장관 인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