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실패로 인한 역귀농을 줄이기 위해서는 귀농인의 집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늘려 귀농 전에 농사체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귀농교육 모습.
6·13 지방선거, 지방농정 자립의 기틀로 삼자 (5) 역귀농을 막아라
사전에 농촌사회 적응토록 ‘귀농인의 집’ 확대 목소리 정부, 내년까지 350곳 추가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부족 경기·제주는 전무…확충 시급
지자체, 영농멘토 도입하고 맞춤형 컨설팅도 실시해야
#사례=공기 좋고 물 맑기로 이름난 강원 청정지역으로 가족과 함께 귀농했던 김인호씨(54·가명)는 최근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감자·고추 농사에 잇따라 실패해서다. 농작물을 심기만 하면 풍성하게 거둘 줄 알았는데, 토양 특성이나 병충해 방제방법 등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채 농사에 뛰어들어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던 것. 그는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기 힘드니 ‘시골에서 농사나 짓자’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귀농한 것이 영농실패로 이어졌다”며 “농사도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귀농인들이 역귀농을 단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영농실패’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2014~2016년 3년간 귀농·귀촌인 10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명 가운데 7명가량이 도시로 다시 돌아갔다. 역귀농·역귀촌을 선택한 이유로 응답자의 43.5%가 ‘사전준비 부족 등으로 인한 영농실패’를 꼽았다. 이는 거꾸로 지방자치단체 등이 귀농인들의 영농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을 수립하면 안정적인 귀농·귀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촌 미리 체험하는 ‘귀농인의 집’ 늘려야=역귀농을 줄이기 위해서는 ‘귀농인의 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비 귀농인들이 귀농에 앞서 농사체험을 하고 농촌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농촌 지자체들이 귀농인의 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지자체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일정 기간 농촌에 머물면서 귀농·귀촌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귀농인의 집을 제공하고 있다.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은 이주에 앞서 이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머물며 영농기술을 익히고 농촌생활을 미리 체험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귀농인의 집은 2017년말 현재 전국 98개 시·군에 381곳이 있다.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정읍·남원·완주·진안·장수·임실·순창·고창 등에서 귀농인의 집 102곳을 가동하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전남 73곳, 경북 62곳, 충북 46곳, 경남 45곳, 충남 40곳, 강원 8곳, 제주 5곳 등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2019년까지 귀농인의 집 350곳을 추가로 건립할 수 있도록 국비 50%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건립방식도 빈집 리모델링 등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도 늘려야=도별로 한곳에 불과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2015년 충남 금산과 충북 제천에 가장 먼저 들어섰다. 2016년에는 경북 영주, 2017년에는 강원 홍천과 전남 구례에 설치됐다. 올 3월엔 전북 고창과 경남 함양이 운영을 시작했고, 경북 영천은 연내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와 제주는 아직까지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가 없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귀농을 희망하는 예비농민이 일정 기간 가족과 함께 체류하면서 농촌생활에 적응하고 영농기술을 익히는 공동 생활공간이다. 이곳은 30가구 이상이 거주 가능한 주거공간, 세대별 텃밭, 공동 실습농장, 공동 퇴비장, 공동 자재보관소, 시설하우스, 교육시설, 쉼터 등을 갖추고 있어 예비 귀농인들이 저렴한 비용을 들여 체계적인 귀농을 준비할 수 있다. 한곳당 건립비용은 60억~80억원이며,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50%씩 분담한다.
귀농 교육생들은 “귀농 전 농촌서 실제로 생활하면서 체계적인 영농교육을 받으면 농사가 적성에 맞는지 사전에 판단할 수 있다”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많이 설치하면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농멘토, 맞춤형 영농컨설팅 강화해야=선도농민과 귀농인간 일대일 영농멘토(후견인) 도입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시민들이 귀농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영농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영농기술 교육과 농산물 판매에 관한 선배들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멘토 덕분에 귀농에 성공한 정재근씨(57·전남 장성군 황룡면 황룡리)는 “역귀농을 하는 대부분의 사례들은 정부 지원만 믿고 모든 것을 혼자 하려다 실패한 경우”라며 “모범이 되는 멘토를 만나 그들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다면 무난하게 정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자체가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영농컨설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컨설팅 전문가들이 농장을 찾아 귀농인들에게 필요한 영농기술과 유통정보를 제공하고 현장애로를 해결해주면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석기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원장은 “컨설팅은 농가의 장단점을 파악해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영농실패를 줄이는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