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번식기반이 살아야 한우산업이 산다 (1부)무너지는 한우 번식기반 (1)개미군단이 없어진다 하루 평균 35가구 문 닫은 셈 한·미 FTA 이후 감소세 심화 송아지값 폭락이 주원인 정부의 암소 감축정책 소규모 농가 이탈 부추겨 농가 42%가 고령에다 후계농 확보 비율 9.8% 불과 소농 폐업 지속 불가피 무허가축사 적법화도 문제 이행계획서 미제출 땐 퇴출 이른바 ‘개미군단’으로 불리며 한우 송아지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소규모 농가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최근 17년 새 20마리 미만 사육농가수는 5분의 1 가까운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우값 폭락 사태가 되풀이된 게 주된 원인이다. 이렇듯 개미군단이 줄면서 한우값 불안정이 심화되고 개량기반도 약화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는 1·2부로 나눠 한우 번식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짚어본다. 1부(3회)에서는 소규모 농가의 현황·문제점과 활성화 방안을 다루고, 2부(4회)에서는 한우 생산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한 농협의 ‘3업1다운(3Up, 1Down)’에 대해 살펴본다.
과거 한우 번식단지로 유명했던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이곳에서 한우를 키우던 서모씨(77)의 100㎡(30여평) 남짓한 축사는 텅 비어 있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암소와 송아지를 사육했지만, 지금은 농기구 창고로 쓰이고 있다. 서씨는 “소값이 불안정해 정부가 폐업지원금을 내줄 때 정리했다”며 씁쓸해했다.
◆하루에 35가구가량 문 닫아=통계청에 따르면 한우 20마리 미만 사육농가수는 수입 자유화 이전인 2000년 12월 27만4273가구에서 2017년 12월 5만7464가구로 79%(21만6809가구) 감소했다.
17년간 한해 평균 1만2753가구씩, 하루 평균 35가구꼴로 문을 닫은 것이다.
소규모 농가의 감소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 이후 더 가팔랐다.
2007년 1·4분기 16만4553가구였던 20마리 미만 한우 사육농가수는 2012년 1·4분기까지 연평균 5.8%씩 감소했다. 그러나 2012~2017년 5년 동안에는 연평균 감소율이 10% 이상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소규모 농가의 감소는 2012~2013년 소값이 주저앉은 게 주된 원인이다. 2010년만 해도 217만4000원에 거래됐던 6~7개월령 암송아지값은 2011년 144만9000원, 2013년엔 108만8000원까지 급락했다. 3년 새 송아지값이 반토막 난 것이다. 같은 개월령의 수송아지값도 이 기간에 240만2000원에서 184만5000원으로 23% 이상 하락했다. 큰소값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인건비·경영비와 사료값 상승이란 악재까지 겹치자 농가들은 소를 키워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한우 번식우 한마리당 순수익은 마이너스(-)146만5000원, 비육우는 -57만3000원이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국산 쇠고기 수요가 늘면서 덩달아 값이 뛰자 축산농가에서 한우 사육마릿수를 대폭 늘렸던 게 화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한우값 안정을 위해 암소 감축정책과 폐업지원책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소규모 농가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결과만 낳았다. 당시 정부는 한마리당 30만~50만원씩 쥐여주며 암소 10만마리를 도태시켰다. 또 한마리당 80만~90만원의 지원금을 주며 2만가구 가까운 농가를 퇴출시켰다.
표유리 GS&J(지에스앤제이) 인스티튜트 책임연구원은 “송아지값이 생산비도 건지기 힘들 정도로 떨어지다보니 소규모 농가들은 경영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분석했다.
◆고령화 등 번식기반 축소 가속화=그동안 온갖 풍파를 견뎌온 소규모 농가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먼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우농가의 고령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파악한 연령별 한우 사육농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3월1일 기준 한우농가의 고령화율(전체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42%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말 기준 한국 고령화율(13.7%)보다 3배 이상 더 높은 수치다.
경기 화성의 한 한우농가는 “우리 마을에서 소 키우는 사람 중 60대는 젊은이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후계농은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사)한국축산컨설팅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한우농가의 후계농 확보 비율은 9.8%에 불과했다. 후계농이 없는 농가는 폐업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허가축사 적법화도 번식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올 3월24일까지 1년6개월 이상의 적법화 기간을 추가로 부여받고자 적법화 간이신청서를 낸 한우농가는 전체의 87%인 3만3500가구인데, 대부분 소규모 농가로 추정된다. 이들은 9월24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현장을 떠나야만 하는 처지다.
현재 정부가 적법화를 뒷받침하고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축산학계의 한 전문가는 “수입개방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져 번식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농가의 폐업은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들 농가의 감소는 곧 송아지 생산마릿수 감소로 이어져 송아지가격이 급등하고, 안정적인 한우산업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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