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의 농민 박종성씨(오른쪽)가 캄보디아 출신 계절근로자와 함께 지주대를 설치하고 있다.
강원 지자체 사업 활발…인력난 해소 큰 도움
올 상반기 시·군 9곳에 1403명 배정…전체의 60% 농가 “소득증대 효과 좋아”
“비자 5~6개월로 연장을”
“지난해에도 우리 농장에서 일했어요. 성실하고 믿음직해서 올해 다시 초청했습니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에서 오이·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용효씨(66)가 베트남 여성 디엡(36)을 바라보며 말했다.
디엡은 2017년 지씨의 농장에서 석달간 일했다. 법무부가 시행 중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을 통해서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5년 충북 괴산군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농촌지역 시·군들이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계절근로자 사업이 특히 활발한 강원지역의 경우 올 상반기 9개 시·군에서 1403명을 배정받았다. 법무부가 전국에 배정한 2328명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절근로자 사업에 참여하면 국내 농장에서 단기간(최장 90일)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디엡은 올해도 이 제도를 통해 5월17일 입국했다.
지씨는 “연중 상시고용을 전제로 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인력도 써봤지만 농번기가 지나자 축산농장으로 가버리더라”면서 “지난해 디엡이 일을 잘해주고 성격 또한 좋아 한식구처럼 지내 올해도 초청했다”고 말했다.
디엡의 손위 시누이는 10년 전 한국으로 시집와 사내면에 정착했다. 디엡은 “시누이가 농장 근처에 살아 마음이 안정되고 복잡한 의사소통을 도와줘 좋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계절근로자 전원을 결혼이민여성의 형제·자매 등 본국 가족으로 배정하고 있다. 김명림 군 농촌개발과 계장은 “결혼이민여성의 가족을 초청하니 신원이 확실하고 이탈 우려가 없어 농가들이 좋아한다”며 “올해는 4차례에 걸쳐 65명을 30농가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월22일 화천읍 풍산리 박종성씨(50)의 농장에도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들어왔다. 오이와 호박 등을 재배하는 박씨는 “계절근로자 인건비로 석달 동안 500만~600만원이 들어가지만, 그로 인한 소득증대 효과는 1000만원가량 될 것”이라며 “이제 계절근로자 덕에 여유를 갖고 바깥일도 볼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복진 강원도 농정과장은 “계절근로자 사업의 경우 인력난 해소 및 농가소득 증대에 효과가 높아 하반기까지 도내 11개 시·군에서 1800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절근로자 제도에 대한 농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아쉬움도 없진 않다. 박씨는 “집중적인 농작업 기간이 5월부터 10월까지인데 계절근로자는 길어야 3개월 고용할 수 있을 뿐”이라며 “비자 기간을 5~6개월로 연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많은 농민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숙소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기준에 맞춰 정식 건축물로 된 숙소를 지으려면 방 한칸에 1500만원은 들여야 해 농가 입장에선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