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채소 재배 전문농장인 성진농장의 대표 이춘자씨(오른쪽)와 아들 장대용군이 수확을 앞둔 공심채를 살펴보고 있다.
경기 화성 성진농장 이춘자씨 공심채 등 10여 품목 키워 도매상 10곳에 연중 공급
“함께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시작한 농사가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경기 화성의 성진농장 대표 이춘자씨(61·팔탄면 노하리)는 동남아시아 원산의 아열대채소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농가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시설·노지 재배를 합쳐 3만3057㎡(1만평)에서 공심채·훌라파·카파오·줄콩·고수 등의 아열대채소 10여 품목을 재배한다. 수확한 채소는 10곳의 도매상에 연중 공급한다.
이씨가 아열대채소 재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의 중소기업이 운영난을 겪다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사업은 망했지만 남편과 이씨는 가족처럼 함께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그냥 내보낼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아열대채소 재배를 시작했다.
이씨는 “재배 초기엔 실패도 많았다”면서 “싹이 아예 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알지도 못하는 병충해로 농사를 망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입소문을 듣고 고향 채소를 구입하러 찾아오는 외국인들 때문이었다.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서 재배면적도 차츰 늘어갔다.
최근 이씨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아들 장대용군(26)이 농장 운영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채소를 전공한 장군은 아버지·어머니가 일군 농장에서 자신의 전공을 접목해 보다 과학적인 농장 경영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는 “경험에 의존한 어머니의 재배방식을 체계화해 품종별로 정확한 재배 매뉴얼을 만들겠다”며 야무진 꿈을 밝혔다.
이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었지만 아열대채소 재배농가도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은 20년 전보다 더 떨어진 것이 현실”이라며 “아열대채소 재배를 고려하는 농가는 판로확보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