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농민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농산물 출하의 정석 (4)상추 시설재배 전국 확대 영향 출하 시기·지역 치우침 없어 경쟁 치열…경락값 큰 차이 쌈으로 즐겨 먹는 채소 ‘성인 손바닥’ 넓이 선호…균일한 빛깔은 기본 절단 부분 흙 묻어 있으면 ‘선별 불량’ 평가받기 쉬워 수확 때 깔끔하게 정리해야 포기 거래 ‘적포기’ 잎수 중요 추대 있으면 상품성 떨어져 연중 일정량 출하로 신뢰를 상추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두루 사랑받는 잎채소다. 쌈부터 샐러드까지 어떤 음식과 어울려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시설재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출하시기나 지역도 치우침이 없다.
자연스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뛰어난 품위를 갖추지 못하면 4㎏들이 한상자가 단돈 1000원에 낙찰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곽종훈 동화청과 채소3팀장은 “상추는 결코 만만하게 볼 품목이 아니다”라며 “같은 날이라도 품위에 따라 경락값이 서너배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락시장에서는 여러 품종 가운데서도 적상추의 강세가 뚜렷하다. 시장 반입량 가운데 절반을 웃돌 정도다. 청상추·적포기도 거래량 자체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증가폭에서 적상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평균 경락값 역시 적상추가 으뜸이다. 다만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적상추가 우세여도 봄·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적포기의 선호도가 높다.
◆여름에는 ‘두께’가 최우선 평가요소=경매사와 중도매인이 상추를 평가할 때 꼽는 기준도 계절마다 다르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두께·빛깔·크기 순으로 우선시된다. 상추가 두꺼울수록 높은 온도에서도 쉽게 짓물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잎 크기가 최우선 평가요소다. 추위와 일조량 부족이 맞물리면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크기가 나오기 어려워서다.
그렇다고 해서 빛깔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선 적상추는 적색과 청색이 ‘7대3의 황금비율’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더불어 적색 부분은 윤기가 흘러야 상품으로 대접받는다. 청상추는 진한 연녹색이 고르게 퍼져 있어야 최고로 친다. 적포기 역시 적갈색이 잎 전체에서 드러날 때 경락값이 올라간다.
김봉조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상추 역시 눈으로 보고 사는 품목”이라며 “기본적으로 색이 바랜 부분 없이 균일한 빛깔을 갖춰야 좋다”고 설명했다.
길이는 적상추의 경우 15~17㎝ 정도일 때 선호도가 가장 높다. 청상추는 13~15㎝로 선호하는 길이가 조금 더 짧다. 넓이는 보통 ‘성인의 손바닥’을 기준으로 잡는다. 쌈으로 즐겨 먹는 채소인 만큼 이보다 지나치게 넓거나 좁으면 중도매인들이 외면하기 십상이다.
꼭 유념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적상추든 청상추든 수확·선별할 때 절단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절단면이 삐뚤삐뚤하거나 흙이 묻어 있으면 ‘선별이 제대로 안됐다’란 평가가 나와서다.
적포기는 말 그대로 포기째 거래되기 때문에 잎수가 중요하다. 중도매인들은 경매장에 나온 적포기를 검수할 때 반드시 꽃줄기(추대)가 있는지를 눈여겨본다. 꽃줄기가 올라오면 잎수가 줄어들어 같은 무게라도 상품성이 떨어져서다. 보통 한포기당 무게는 150~180g 정도일 때 선호도가 높다.
◆다른 품목보다 ‘품질 균일성’ 중요=품위가 들쑥날쑥하면 어떤 품목이든 가락시장에서 신뢰를 잃는다. 상추는 그 기준이 조금 더 까다롭다. 상추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소포장이 곧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품질 균일성이 떨어지면 소포장을 할 때 버려야 할 물량이 그만큼 늘어난다. 중도매인 입장에서는 거래처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아예 반품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상추는 그래서 속박이에 매우 민감한 품목으로 손꼽힌다. 출하자·중도매인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일도 잦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곽종훈 팀장은 “품위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출하자’란 인식 역시 경락값을 좌우하는 요소”라며 “상자가 찌그러진 채 경매장에 올라와도 경락값이 낮게 매겨진다”고 강조했다.
출하규모와 기간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 어떤 품종의 상추든 1년 내내 매일 30상자 정도를 시장에 내놓아야 인정을 받는다. 그래야 중도매인들이 특정 출하자의 상추를 정기적으로 낙찰받는 데 관심을 둔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급이 거래처의 납품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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