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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할배 이야기] 할머니가 좋아했던 대추나무 보며 그리움 달래네 글의 상세내용
제목 [할매 할배 이야기] 할머니가 좋아했던 대추나무 보며 그리움 달래네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8-08-01 조회 332
첨부  

출처:농민신문





[할매 할배 이야기] 배병원 할아버지<강원 평창>


배추·감자 농사에 소까지 키우며 아내와 60년 동안 재미지게 살아


그만둔 뒤에도 아들 밭 돌보지만 할머니 보낸 쓸쓸함 감출 길 없어

 




배병원 할아버지(86·강원 평창)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20대 젊은 시절, 광산 일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철도국’ 공무원을 그만두고 강원 태백으로 갔다. 광산회사를 차리고 부자가 될 꿈에 부풀었지만 사람을 잘못 쓰는 바람에 3~4년 만에 실패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삼척 갔다가 또 어디 갔다가 돌아댕기다보니 여까지 왔지. 외갓집이 여기 평창이라.”



‘촌에서 할 일이 농사 말고는 없어서’ 배추며 감자·옥수수 농사짓고 소 키우면서 농부로 60여년을 살았다. 많을 때는 경작지가 13만2000㎡(약 4만평)에 달했고 소 40여마리를 방목하기도 하면서 ‘재미지게’ 농사지었지만, 5~6년 전부터는 다리가 아파서 그만뒀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인지라’ 새벽에 눈뜨면 밭에 나가 농작물을 살피는 일은 아직 그만두지 못했다.



“근처에 직장 다니는 아들이 돌보는 밭이 있거든. 여섯시에 일어나면 나가서 한바퀴 돌고 오지. 곡식 크는 거 보면 재미있어. 매일매일 크는 게 보여.”



할아버지가 매일매일 살피는 건 비단 곡식뿐만이 아니다. 마당 입구에 서 있는 대추나무는 수시로 살핀다.





“저 대추나무도 아침에 가보면 꽃이 요래 요만큼 폈는데 낮에 가보면 또 요만큼 컸다가 그런 거 보면 재밌어.”



평생 농사짓느라 거칠어진 손가락을 겹쳐 ‘요만큼’을 보여주던 할아버지는 아픈 다리를 일으켜 대추나무 곁으로 간다.



“이거를 십칠팔년 전에 고향에서 가져다 심었거든.”



나무는 약도 한번 안 치는데도 해마다 가을이면 굵고 다디단 대추를 주렁주렁 매단단다. 동네 노인들도 좋아해서 오가며 많이 따 먹었지만 특히 ‘아들(아이들) 엄마’인 할머니가 좋아했었다.



“올초에 죽었어. 나랑 동갑에 고향도 같았어. 안동.”



먹을거리며 입성이며 필요한 것은 아들과 며느리들이 다 챙겨주니 불편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도 60여년 세월 ‘여기저기 함께 돌아댕기며’ 살아왔던 할머니가 없으니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할아버지. ‘잔소리해도 할머니가 있을 때가 좋았다’는 할아버지. 이 더위가 다 가고 가을이 오면 붉게 물든 대추 몇알 소중히 따뒀다가 내년 할머니 제사상에 올리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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