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활력 찾아주는 새콤달콤한 그 맛 구기주, 말린 열매가루 술에 넣어 들국화·두충나무 껍질도 첨가 새콤달콤함 살아 있는 약술 탄생 구기자갈비전골, 은은한 단맛 자랑 인삼·대추 등 약재 넣어 영양 높여 구기주 곁들이면 감칠맛 극대화 조선시대 중기의 문신 이수광(1563~1628년)이 지은 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불로장생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중국 하서(河西) 지방을 지나던 한 관리가 15세 정도로 보이는 여인이 백발노인을 때리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여인이 노인을 가리키며 “이 아이는 제 자식인데 약을 먹을 줄 몰라 나보다 먼저 머리가 희어졌다”고 답했다. 여인의 나이는 395세라 했다. 그 비결이 구기주에 있다 해서 관리가 만드는 법을 배워 그대로 담가 마시니 300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전설의 구기주를 만드는 곳이 있으니 바로 국산 구기자의 70%를 생산하는 충남 청양이다. 청양의 하동 정씨 집안에서는 150여년 전 가양주로 구기주를 빚기 시작했다. 지금은 10대 종부 임영순씨(82·국가지정 식품명인 제11호, 충남 무형문화재 제30호)가 맥을 이어가고 있다.
“스무살 때 시집와서 만드는 법을 배웠으니 60년이 넘었네요. 종갓집이라 1년 내내 제사가 끊이질 않는 데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술을 좋아해 보름에 한번꼴로 술을 빚었어요.”
임씨는 여름이 끝나가는 이맘때쯤 구기자 열매를 따 잘 말린 뒤 술을 만들 때 넣는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빛깔을 내기 위해 구기자 열매를 넣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건강에 좋은 약주를 만드는 비결이었음을 알게 됐단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밤낮없이 구기주를 드셨는데 숙취가 없었고 다음 날 해장국도 찾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어요. 두분 다 특별한 병치레 없이 살다 돌아가셨는데 그게 다 술에 구기자를 듬뿍 넣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구기주는 밑술에 덧술을 한번 더하는 이양주(二釀酒)다. 밑술은 멥쌀·누룩·물로 빚는다. 배꽃 필 무렵 밀을 빻아 만든 누룩에 물과 고두밥을 섞어 발효시키고 3일 정도가 지나면 고두밥을 한번 더 넣는다. 이때 구기자 열매와 뿌리, 들국화, 두충나무 껍질 등을 첨가한다. 구기자 열매는 말린 것을 갈아서 사용하고, 나머지 재료는 삶은 뒤 우러난 물을 넣는다.
완성된 술은 구기자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다. 입에 닿는 느낌은 일반 청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목구멍을 넘어간 뒤에는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자극한다. 구기주와 어울리는 안주 역시 구기자를 이용한 음식이다. 약성과 감칠맛을 더할 수 있기 때문.
청양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구기자갈비전골이 있다. 구기자 열매와 뿌리, 인삼·대추 등을 끓인 육수에 한우 갈비를 삶아내는 구기자갈비전골은 20여년 전 청양의 한 식당에서 개발했다. 청양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용식씨(55)는 구기자가 갈비전골의 천연조미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구기자 열매에서 은은한 단맛이 우러나 설탕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어요. 특유의 시큼한 향은 고기 냄새를 잡아주죠.”
구기자갈비전골은 잡내가 나지 않고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여기에 구기주를 한모금 들이켜면 음식에 감칠맛을 더한다. 강장·해열·기침완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진 구기자는 인삼·하수오와 함께 한방에서 3대 명약으로 꼽힌다. 구기자로 만든 술과 음식으로 여름을 나느라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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