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청산면의 대파농가 이규문씨가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빌려 쓴 트랙터를 반납하기 전에 말끔히 청소하고 있다.
충북지역 농기계임대사업소 가보니…
‘고장’ 알리지 않는 경우까지
임대 제한 ‘3진 아웃제’ 시행 ‘모두 함께 사용’ 인식 가져야
12일 오후 4시께 충북 옥천군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소 청산분소. 대파농사를 짓는 이규문씨(66·청산면 지전리)가 소형 트랙터를 몰고 임대사업소로 들어왔다. 시설하우스 로터리작업을 위해 빌린 트랙터와 로터리를 반납하기 위해 찾아온 것. 이씨는 로터리에 달라붙은 이물질을 떼어낸 뒤 에어컴프레서로 트랙터 곳곳의 먼지를 털어냈다. 이어 물걸레로 의자와 몸체에 남아 있는 먼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트랙터를 창고 안에 넣었다.
이씨는 “예전에 트랙터를 빌리려고 임대사업소를 방문했는데, 흙이 많이 묻은 채로 대기 중인 농기계를 보고 불쾌해 그냥 돌아간 경험이 있다”면서 “다음 농가를 위해서라도 빌려쓴 농기계는 반납하기 전에 꼭 청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는 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를 빌려간 농민이 반납하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을 지키는 농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임대사업소 관계자의 귀띔.
이 관계자는 “이씨처럼 청소를 철저히 하고 농기계를 반납하는 경우는 10농가 가운데 1~2농가에 불과하다”며 “사용과정에서 진흙과 잡초가 서로 엉켜 붙어 있는 농기계를 그대로 반납하는 농가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농가들은 사용 중 고장이 났어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다음 사용자가 큰 낭패를 겪을 때도 있다.
도내 지방자치단체 농기계임대사업소 몇곳을 추가 취재한 결과 사정이 이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임대사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임대한 농기계를 함부로 다루는 농민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이 때문에 임대사업소의 농기계 수명은 일반 개인농가의 것보다 절반 이상 짧고 고장도 잦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동군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소처럼 ‘농기계 임대 3진 아웃제’를 도입한 곳도 생겼다. 고장 났거나 청소하지 않은 농기계를 몰래 반납하고, 예약도 안하고 막무가내로 농기계를 빌려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민원인이 대상이다.
영동군은 사용규정을 어길 경우 1차 시정조치, 2차 경고문 발송에 이어, 3차는 6개월 임대 금지조치를 내린다. 사업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농민에 대해서는 1년간 임대를 제한한다.
김춘수 군농기센터 농업기계팀장은 “1일부터 3진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농가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제도 시행 이후 농기계 사용 후 청소한 뒤 반납하는 비율은 증가한 반면 사업소에서 큰 소리를 치며 떼를 쓰는 농민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농기계임대사업소 관계자들은 “3진 아웃제가 아니더라도 임대해서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농기계는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소중히 다뤄야 더욱 많은 농가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