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추사 40’, 가을 사과로 만들어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 사과향·부드러운 목 넘김 특징 고추장 양념으로 매콤달콤 맛 살린 예당저수지 붕어찜과 곁들이면 ‘굿’ 가을이 깊어지며 들녘에는 다양한 농작물이 무르익어간다. 그 가운데서도 빨간 빛깔을 뽐내는 사과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대표 과일이다. 향긋한 사과향이 가을바람을 타고 전해질 것 같은 요즘, 사과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담은 술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잘 익은 사과로 와인을 담고 그 술을 증류해 완성한 <추사 40>이 바로 그것이다.
< 추사 40>은 ‘황토사과’로 유명한 충남 예산의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에서 만든 사과 브랜디다. 10여년 전 사과농사를 짓던 서정학 대표(74)의 농장으로 사위 정제민 부대표(53)가 들어와 사과로 만든 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이민생활을 하며 양조기술을 배운 정 부대표는 한국에 와 제대로 된 술을 만들고 싶었다. 국내산 포도로 술을 만들어서는 수입 와인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장인이 재배하는 사과로 술을 빚기로 했다.
“엄밀히 말해 브랜디는 포도로 만든 술이지만, 외국에선 지역에서 나는 다른 과일로 만들기도 해요. 프랑스의 사과 브랜디인 칼바도스가 대표적이죠. 장인어른이 재배한 고품질 사과를 활용하면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추사 40>은 가을에 수확한 <후지>로 만든다. 우선 잘 익은 사과를 으깨 효모를 넣고 한달 정도 발효시킨다. 발효시킨 술을 직접 개발한 동(銅)증류기로 두번 증류한다. 동증류기는 술에 향을 더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위스키나 브랜디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한다. 두번의 증류를 통해 숙취의 원인이 되는 메탄올 등을 거르는데, 물로 가열하는 중탕(重湯) 방식으로 증류주 특유의 탄내를 줄였다. 이렇게 거른 술을 오크통에 3년 이상 저장해야 비로소 알코올 도수 40도의 <추사 40>이 완성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추사 40>은 캐러멜이나 설탕을 섞지 않아 오크향이 강하다. 브랜디 특유의 묵직한 ‘바디(body)감’이 살아 있는데, 포도로 만든 브랜디에 비해서는 목 넘김이 부드러운 편이다. 사과향을 제대로 즐기려면 얼음을 타지 않고 상온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 정 씨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기름기 있는 고기나 생선요리에 잘 어울린다”며 “향이 강해 고기냄새나 비린내를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에는 국내 최대 인공저수지인 예당저수지(약 1100㏊)가 있다. 예당저수지는 붕어가 많이 잡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물가에는 붕어찜을 파는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10여년 동안 식당을 운영해온 유영미씨(54)는 겨울이 오기 전에 붕어찜 맛볼 것을 권했다.
“겨울에는 붕어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가을에 잡은 것을 얼려뒀다가 내요. 딱히 제철은 없지만 금방 잡은 싱싱한 물고기로 만든 게 맛이 좋죠.”
삶은 우거지를 깔고 고추장 양념으로 맛을 낸 붕어찜은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살짝 비린 느낌이 들 때 <추사 40>을 곁들이면 상큼한 사과향과 묵직한 맛이 입안에 풍미를 더한다.
예산군 고덕면에 있는 와이너리에서는 <추사 40> 외에도 사과로 만든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수확철에는 농장체험·음악회 등으로 구성된 사과와인축제도 열린다. 나들이 떠나기 좋은 가을, 예산에 들러 <추사 40>과 붕어찜으로 지친 몸을 다독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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